아이의 마음을 묻는 가장 쉬운 질문
큰사위가 당직이라며 큰딸이 가족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오늘 저랑 예예랑 놀아줄 사람 있을까요?”
그 글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답을 보냈다.
“저요.”
잠시 뒤 큰딸의 답장이 왔다.
“뭐야, 저요가 뭐야.”
휴대폰을 보며 웃음이 났다. 그렇게 그날 일요일은
큰딸 가족, 작은딸 가족, 아들까지 모두 함께 보내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큰 손녀딸에게 정해 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선택해 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손녀들에게 자주 묻는다.
“지금 기분이 어때?”
“속상했어?”
“기뻐?”
아이들은 잠깐 생각하다가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는다.
우리 집에는 손녀가 셋이다.
작은딸의 큰딸은 43개월,
작은딸의 둘째 딸은 24개월,
그리고 큰딸의 딸은 23개월이 되어 간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꽤 또렷하게 표현한다.
특히 큰 손녀딸은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내가 이렇게 해서 잘못했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점심 메뉴를 물어보았다.
“뭐 먹고 싶어?”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말했다. “돼지고기… 그거 있잖아요.”
그 말은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갈비집으로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갈비를 8인분 시켰다. 딱 사람 수만큼이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고기 냄새는 식탁 위로 천천히 퍼졌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지 못했던 것 같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가끔 마음이 아픈 순간이 있었다.
내가 이 공부를 조금만 더 일찍 했더라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시간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이들의 감정을 물어보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말해보게 하는 시간들.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작은 다짐을 했었다.
아이들에게는 다 해주지 못했지만 손주들에게는 꼭 해보자.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아이로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손녀에게 묻는다.
“오늘 뭐 먹고 싶어?”
어쩌면 그 질문은 메뉴를 묻는 말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묻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질문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세상 밖으로 꺼내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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