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꽃을 피우다

조용한 일요일, 나를 위로하는 푸놀치의 시간

by 강민주

나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또다시 흔들린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구나 각자의 불안을 품고,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가겠지.

오늘은 일요일.
집 안은 조용했고, 그 적막이 오히려 마음을 더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무심히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눈에 들어오는 재료들을 꺼내놓고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푸놀치를 시작했다. 식빵 조각과 오이, 치즈, 블루베리…

그 재료들을 만지고, 자르고, 조심스레 접시에 올리는 동안
조금 전까지의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내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고, 향을 맡고, 맛을 보는 오감의 시간.

그 모든 감각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 너는 여전히 잘 살아있어.”

완성된 접시 위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다. 하얀 꽃, 노란 꽃, 그리고 초록 잎사귀들이 어우러져
마치 봄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요즘 들어 내 표현 속에는 꽃이 자주 등장한다. 젊을 땐 몰랐는데, 나이 들어갈수록 꽃이 그렇게 예쁘다.
왜일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고마움을 알게 되어서일까, 아니면 시들지 않은 꽃의 생기 속에서
나도 다시 살아난다고 느껴서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늘 나는 내 안의 작은 봄을 피워냈다. 그리고 그 꽃들은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괜찮아, 지금도 잘 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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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꽃이 더 예뻐진다. 자연과 닮아가는 삶의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도 한 접시 위에 마음을 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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