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자리가 필요하다
어제는 푸드표현전문상담사 기본과정 1단계를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상담 관련 석사를 마친 분, 박사과정 중인 분,
그리고 박사 수료 후 논문을 준비 중인 분들이었다.
이미 충분히 공부했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시작 전,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것이었다.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창의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설레지만 걱정도 됩니다.”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아직은 낯설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 말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전문가일수록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먼저 꺼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은 잘하는 사람이 되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는 자리다.
첫 활동은 자신의 감정을 과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망고, 한라봉, 람부탄, 천혜향.
각자가 고른 과일에는 현재의 상태가 담겨 있었다.
한 선생님은 람부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 조금 날카로운 상태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누구를 찌를 정도는 아니고요.
조금은 부드러운 가시를 가진 느낌입니다.”
그 표현이 참 좋았다. 날카롭다는 말 속에도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푸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놓여 있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을 대신한다.
“저는 창의적이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창의성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모양으로 옮겨보려는 태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표현은 완성도가 아니라 진정성에서 시작된다.
상담자는 늘 타인의 마음을 듣는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문가가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 앉아보는 시간.
설렘과 걱정이 함께 있었던 첫날.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기본과정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믿는다. 자신의 마음을 한 번 표현해 본 사람은 타인의 마음도 더 깊이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과일 하나를 고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