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건 남기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며
명절이 지나가면 집 안에는 늘 조금의 여운이 남는다.
사람들이 다녀간 자리,
웃음이 스쳤던 공기,
그리고 미처 비워내지 못한 것들.
일요일 아침, 비는 잔잔하게 내리고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명절 연휴라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들이 집 한켠에 조용히 쌓여 있었다.
플라스틱, 비닐, 병, 캔, 종이.
종류를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는 일.
쓸 건 남기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봉투를 묶어 밖으로 내어놓고 나니
집이 먼저 숨을 고른다.
그제야 나는 오랜만에 믹스커피 한 잔을 탔다.
뜨거운 물이 가루를 녹이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컵 안에서 천천히 색이 짙어졌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지만 나는 잠시 멈춘다.
어쩌면 우리 마음도 이렇게 가끔은
분리수거가 필요할지 모른다.
붙잡아야 할 것은 남기고,
이미 지나간 감정은 흘려보내고.
비 오는 일요일, 한 잔의 온기 속에서
하루는 다시 조용히 제 자리를 찾는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