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손녀딸이 셋 있다.
그중 첫째가 오늘 어린이집을 마친다.
마지막 등원이라고 했다.
아이는 가방을 메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섰고, 나는 괜히 그 얼굴을 오래 보았다.
둘째 딸이
“엄마, 나 임신했어.”
그렇게 말하던 날이 아직 손에 잡힐 듯한데 그 아이가 벌써 다섯 살이다.
시간이 빠른 것인지, 아이의 하루가 성실했던 것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처음 집으로 돌아오던 날, 작은 손을 오므린 채 잠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어 다니던 시간,
숟가락을 밀어내던 얼굴,
“할미” 하고 부르던 목소리.
밥을 잘 먹지 않아 괜히 신경이 쓰이던 날들도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가 묻는다.
“할머니 아직 머리 아파?”
그 짧은 문장 안에 누군가를 헤아리는 마음이 들어 있다.
아, 이 아이가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자라고 있구나 그제야 깨닫는다.
나는 조금씩 나이를 먹고 아이는 제 속도로 자라간다.
누가 더 빠른지도, 누가 더 많은 시간을 건너는지도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아이는 앞으로 걸어가고 나는 그 등을 바라본다.
서운하기보다는 고맙다.
아이의 하루가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내 시간도 함께 쌓여 왔다는 사실을
오늘은 또렷하게 느낀다.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
그래서 이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