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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Oct 03. 2022

만3세, 독일에서 국제학교 유치부 입학.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남편과 내가 주재원 생활 4년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아이의 적응이었다.

그래서 주재원 발령이 확정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국제학교 알아보기였다.

한국나이 4살, 만 3세의 아이가 갈수 있는 국제학교 유치부가 있는지, 그리고 그 학년에 TO가 있는지가 제일 중요했다.

내가 가는 지역에는 국제학교가 하나뿐이라 다른곳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지만 학교 정보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학교가 좋은지, 커리큘럼은 어떤지, 영국식인지, 미국식인지, 선생님들은 어떤지 후기가 없어서 학교에 대해 정말 궁금했다.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많이 가는 도시가 아니라 그런지 프랑크푸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었지만 선택지가 하나뿐이라 8월 입학을 앞두고 6개월 전인 2월정도부터 학교와 컨택해서 입학절차를 진행했다.

그리고 우리가족은 8월 18일 입학일에 맞춰 학기를 시작하고 싶어서 7월말에 입독했다.


입학실 전날, Family Orientation이 있어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학교투어도 안하고 학교에 등록했기 때문에 학교가 정말 궁금했었다. 처음 학교에 들어서니 뭔가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이 큰 학교에 이 작은 아이가 잘할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식때 엄마들이 눈물이 난다는데 난 왜 벌써 눈물이 날것 같은지..

유치부 1-3학년, G1-G12까지 총 15학년중 가장 어린반에 들어가게 된 딸이 너무 작게만 느껴졌다.

실제로도 학교를 통틀어 키가 제일 작았고, 몸무게도 제일 적게 나가는것 같았다.


환영선물을 받고, 여러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아이가 속한 반으로 갔다.

유치부 1학년은 만3세의 생일이 지나야 입학이 가능해서 처음엔 우리아이를 포함해서 9명이 같이 시작하게되었어 마지막엔 17명 정도가 된다고 했다.

적응에 매번 시간이 많이걸리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 나는 같은 반에 한국인이 1명이라도 있길 바랬는데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도 없었다.

독일인 1명, 네덜란드 2명, 미국과독일 혼혈 1명, 영국 1명, 에디오피아 1명, 브라질 1명, 스페인 1명, 이렇게 9명이 처음 시작을 같이 하게되었다. 아이들과 그의 가족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학교와 교실을 둘러보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는데 아마 딸도 같은 느낌이었던것 같다. 손을 잡고 놓지 않는걸 보면...


처음 5일간의 적응기간이 있었다.

첫날은 1시간 엄마랑 같이 들어가고, 다음날은 1시간은 엄마랑 같이, 1시간은 혼자, 3째날부터는 혼자 오전만 이런식으로 점점 시간을 늘려가면서 적응 연습을 했다.

엄마없이 처음 교실에 들어가는 날에 얼마나 울던지 나도 눈물이 나는걸 겨우 참았다. 아마 다른 엄마들이 옆에 없었으면 바로 울어버렸을것 같았다.

교실밖에서 기다렸는데 30분정도 혼자 소리내면서 우는데 안에 들어가서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역시나 첫 날 그렇게 울어서 인지 그날 밤부터 내일 학교 안간다고 우는 딸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첫마디가 "오늘 학교 가?" 였다.

'아 올것이 왔다. 거부현상...'

학교 안간다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차에서 부터 우는 아이를 데리고 교실에 두고 나오는데, 눈물을 참지 못하고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그렇게 서럽게 우는 딸아이의 얼굴을 나는 처음봤다. 아직도 그 표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날도 30분 정도 엄마 엄마 하면서 우는 소리가 교실 밖으로 들렸다.

우는 아이는 선생님이 달래주시고, 울고있는 나는 다른 엄마들이 안아주고...다른 엄마들 앞에서 참지못하고 흘러버린 눈물. 딸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힘든 적응기간이었다. 그날 오후 하원하러 가니 웃으면서 재밌었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안도감과 함께 아침에 우리 왜 울었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이의 등원길에는 3번의 고비가 있다.

첫번째 고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학교 교문을 들어오면서 만나는 경비아저씨와의 인사.

두번째 고비, 학교 건물 정문 앞에서 매일 교장선생님과의 하이파이브 인사.

세번째 고비, 교실에서 엄마와 헤어지기. 이게 최대 고비다....


3주가 지나자 아이는 오늘은 교장선생님이랑 하이파이브 할수 있다고 하더니, 그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신감이 생겼는지 씩씩하게 교실에 들어갔다. 더이상의 눈물 없이 웃으면서...

그 별거아닌 하이파이브가 우리 아이에게는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었나보다.

정말 그 순간을 기점으로 아이는 자신감을 얻은건지 자존감이 생긴건지 학교생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고 친구들 이름도 다 익히고, 마음의 준비가 끝났는지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원하는게 있으면 손으로 포인팅해서 표현했는데 3주가 지나고는 말을 하고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까지 선생님한테 말해서 나도 선생님도 같이 놀라곤 했다.


3달은 예상했던 적응기간이 3주만에 끝나다니 믿을수 없었다.

항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 걱정을 너무 많이 했는데 많이 큰건지 이제 나름 잘해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독일에 오기전에 한국에서 다녔던 기관과 비슷해서 그런지 더 쉽게 적응하는것 같기도 하고 같은반 친구들 모두 처음 시작을 같이해서 그런지 적응이 편한것 같기도 하다.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가 2명뿐이니까, 어찌보면 모두 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로 새롭게 시작하는거다. 한국에서 그래도 영어노출을 많이 한편이라 그런지 정말 3주가 지나자 영어가 갑자기 입밖으로 엄청 터져나왔다. ' 어, 이런말도 할줄 안다고?' 할정도로 영어로 말하는걸 보고 정말 아이들의 적응능력과 언어능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독일에 왔을때 "우와, 엄마 영어잘한다." 하던 아이는 이제 "엄마 그거 아니야." 라며 발음도 다시 알려주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노래와 율동을 선생님이 했던 그대로 나와 남편한테 알려준다. 매일 밤 그래서 나도 영어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있다.


매일 8시 30분 등교, 3시 하원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딸의 학교 스케쥴 대부분은  Play이다. 실제로 시간표에도 Play와 Outside Play가 주를 이룬다. 나는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잘 노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혼자서도 잘놀고 자유시간을 즐길 줄 아는 아이. 그래서 이렇게 놀기만 하는 학교의 스케쥴이 너무 좋다. 아이가 보기에도 너무 논다고 생각이 드는지 하루는 "엄마,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나가서 놀래, 너무 심하지?" 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났다.

앞으로도 이렇게 즐겁게 더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

"신나게 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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