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다이어트 1.
"딩디링디디" 아이폰 모닝 알람 소리와 함께 개운하게 기지개를 쫘악 켜며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짐한다.
나 오늘부터 진짜 다이어트할 거야
매일 이와 같은 데자뷔를 겪고 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오늘도 '할 거야'라는 다짐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사부작 거리며 나의 하루 다이어트 식단 계획을 세워본다.
아침 8시.
"꼴깍꼴깍" 머그컵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담아 완샷 한다. 밤새 수분 부족에 시달린 내 몸을 수분으로 충전하며 깨워준다. 18년 동안 나의 허전한 옆구리를 채워주고 있는 나의 반려견 장군이도 밤새 수분이 부족했는지 덩달아 허겁지겁 물을 먹는다. 세상 맛있게 "촵촵촵" 소리를 내며 물을 먹고 있는 장군이를 지긋이 바라보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 똑같네'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8시 10분.
몸도 깨웠으니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아침식사를 준비해 본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해 보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답정너세요?
오트밀 50g을 준비한다. 오트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1분 동안 돌려준다. 오트밀이 부글부글 끌어 오르면 1분이 되지 않았어도 꺼내 준다. 적당히 휘적거리고 다시 돌려준다. 약 1분 30초 돌렸을까. 입천장이 홀랑 까질 수 있으니 후후 불어 한입 넣는다. 적당히 불어 톡톡 씹히는 재밌는 식감과 고소한 맛에 집중하며 꼭꼭 씹어 삼킨다.
아침 9시 20분.
아침식사로 위를 적당히 채웠으니 회사에 출근해서도 든든하다. 하지만 11시 정도가 되니 입이 심심해지면서 배가 고픈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허기짐이 찾아온다. 이 또한 몸에 수분 부족 현상이라고 한다. 이 고비를 잘 넘기고 점심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수기에서 740ml 텀블러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받아 "꼴깍꼴깍" 마셔준다.
오늘도 주변인들에게 말한다.
나 오늘부터 진짜 다이어트할 거야
사실 이제 주변에서도 나의 이런 다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상습범이라 그런가.
점심 12시.
오늘부터 진짜 다이어트할 거야라고 선포하였기 때문에 내일은 안 할지언정 오늘은 무조건 다이어트 식단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아가리어터로 보지 않을 테니까.
보여줘야 한다고 결심했다면 점심식사메뉴는 정해져 있다. 다이어트 도시락이나 샐러드 전문점.
샐러드로 끼니가 될까?
번외: 샐러드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특히 여성의 비율이 월등하다. 샐러드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해서는 따로 끄적거릴 예정이다.
회사 바로 근처에 서브웨이가 있기 때문에 오늘 메뉴는 치킨 로스트 샐러드와 집에서 싸온 현미밥 150g이다.
나름 탄. 단. 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를 생각한 점심메뉴이다.
"허니 오트 15cm 빵 파주세요"
"아메리칸 치즈요"
"양상추 많이 넣어 주시고, 절임류 야채(피클, 올리브, 할라피뇨) 모두 빼주세요"
"소스는 후추랑 와인식초요"
"먹고 갈게요"
12시부터 1시까지인 일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인간적으로 너무 짧다. 식당 가서 기다리고 먹고 사무실 들어오면 점심시간이 순삭이다.
오후 4시.
퇴근시간까지 2시간 남았다. 점심 먹고 그 사이 물을 계속 먹어준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수분 보충이기 때문이다. 입이 마를 때까지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선 안된다. 740ml 텀블러에 또다시 물을 가득 담아 "벌컥벌컥" 마셔준다. 그래도 여전히 배고픈 건 아마도 첫날이라 그런 거겠지.
오후 6시.
하루가 끝났다. 퇴근 후 회사 건물을 나오니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완연한 가을 하늘과 두 뺨을 부드럽게 감싸는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 전쟁 같은 하루를 고생한 나에게 위로하는 것 같았다. 다이어트 식단 하루 먹었다고 이렇게 감정이 말랑말랑해지는 걸까.
오후 7시.
"똑딱똑딱" 다이어트 식단 한다고 다짐한 지 11시간이 지났다.
저녁식사를 준비해 보자. 다이어트 식단을 먹겠다고 결심하기 전인 어젯밤만 해도 나의 저녁 메뉴는 무쇠솥에 자글자글 볶아낸 제육볶음과 모락모락 김이 나는 흰쌀밥, 엄마가 직접 담그신 알맞게 잊은 아삭한 파김치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휘휘 두르고 숭덩숭덩 잘라 놓은 양파를 넣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졌다면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닭가슴살. 일명 닭 찌 100g을 푹푹 찢어서 넣고 같이 볶는다. 아무리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해도 삼삼하게 간은 해주는 것이 좋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핑크 솔트와 후추를 갈아 넣어준다. 저녁은 이 정도로만 먹어주면 딱 좋다. 어차피 곧 자야 하니깐.
운동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워밍업이니깐 운동은 안 하고 싶다. 이럴 거면 진짜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양심상 홈트 30분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식단을 정리해 보았다.
아침식사 오트밀 50g
점심식사 서브웨이, 현미밥 150g
저녁식사 닭가슴살 100g, 양파 볶음
물 2리터
아마도 첫날이라서 그런지 이렇게만 먹었는데도 미친 듯이 음식을 갈구하는 현상은 아직 없다. 이제 점점 물의 양을 3리터까지 늘려보고 세부적인 영양소 식단과 간식시간, 영양제를 넣어 계획을 세워야겠다.
진짜 다이어트 기간을 딱 정해 놓고 다이어트 식단을 하기를 바란다.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가.
정해진 목표 없이 다이어트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다이어트 식단은 평생 할 수 없기 때문에 날짜를 정해 놓고 목표를 달성한 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 내 몸에 맞는 관리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일생을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살아왔다. 사실 현재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체형이 조금씩 변하는 걸 느꼈고 식단도 잘만 하면 평생 먹을 수 있겠다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내 몸에 맞는 진짜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궁극적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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