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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런지걸 Oct 15. 2021

달콤한 초콜릿을 먹을 명분이 필요했다.

진짜 다이어트의 심리

"인지부조화"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

'먹을까? 말까?'

'이거는 괜찮을 거 같은데 먹을까?'

'아니야 살찔 거 같은데..'

'아니야 괜찮을 거야 스트레스가 더 안 좋아'

사무실에 선물이 하나 들어왔다. 지금 내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00 백화점의 꾸덕한 다크 생초콜릿이 놓여 있다. 오후 3시쯤 심신이 지쳐있을 때 한입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초콜릿과 함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삼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진짜 다이어트할 거라고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우와! 하면서 짐승처럼 마냥 달려 들 수가 없다. 수많은 내적 갈등 끝에 사 온 사람의 성의를 봐서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한입 베어 물었다. 와.. 지금까지 고민을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했다. '사온 사람의 성의가 있지.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유명한 심리 이론 중에 "인지부조화"가 있다. 즉 현실과 자신의 신념이 충돌을 일으킬 때 바꿀 수 없는 현실 대신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것이다.

한 이야기로 예를 들어본다. 배가 고픈 한 여우가 길을 가다가 높은 가지에 달려있는 포도를 발견하였다. 포도를 먹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봐도 높은 곳에 달려 있어 도무지 손이 닿지 않는다. 결국 여우는 포도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이때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어차피 저 포도는 너무 셔서 맛이 없을 거야." 포도를 먹으려고 결심했던 마음과 포도를 먹을 수 없는 현실이 부딪히면서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자신이 했던 노력 끝에 아무런 결실이 없음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이런 걸 합리화라고 하는 건가.

운동이나 건강, 다이어트에도 비슷한 예가 많다. 그중에 하나가 담배에 관한 이야기이다.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애연가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흡연자들 중에 100살 넘게 사는 사람도 많아. 담배로 죽는 사람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 담배 피우면 다이어트에도 도움 돼."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금연은 어차피 어려워서 할 수 없으니 담배를 계속 피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 스스로의 믿음을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나는 다크 초콜릿을 너무 사랑한다. 그것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입 넣었을 때의 그 행복감을 잊지 못해 일단 입에 넣고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 맞다. 초콜릿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랬어! 올레'를 외치며 다다다다 빠르게 검색창에 "초콜릿 다이어트", " 다크 초콜릿 효능" 검색한다. 마우스 위에 두 번째 손가락을 스케이드보드 탈 때 발 구르듯이 빠르게 스크롤을 내린다. 1페이지에는 없다. 2페이지로 간다. 여기에도 없다. 3... 4페이지. "초콜릿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자세히 보면 전제조건이 참 많이도 붙는다. 설탕이 아닌 다른 대체품이어야 하고, 양은 조금이어야 하며 등등 하지만 그런 말들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초콜릿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 이 부분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정말 답정너세요?

애당초 내가 원하는 건 올바른 정보가 아니고 달콤한 초콜릿을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이어트 업계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