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그와 그녀만이 멈춰 섰다. 서로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러나 그와 그녀는 단 한발짝도 땔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상처가, 그의 눈에는 절망이 서려 있다. 서로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들은 동시에 입을 땠다. ‘왠일이니?’‘잘 지냈니?’ 둘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같이 자리를 옮겼다. 둘이 항상 걷던 길에서 둘이 항상 가던 카페로. 둘은 말 없이 늘 마시던 차를 한참을 마셨다. 그녀가 물었다. ’어머님은 잘 계시니?‘ 그 어머님이란 존재는 그냥 그의 어머니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둘의 결합을 한산코 찢어 놓은 장본인이다. 그녀는 지금 그런 어머님의 안부를 묻고 있다. ’응, 늘 그러시지 뭐. 결혼은 했겠지?’ 들려오는 소문으로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어 물었다. ‘응, 결혼해서 딸 아이 하나 있어.’ 이미 알고 있던 일이지만 직접 확인을 하고 나니 그의 눈의 절망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제 그는 그녀를 영원히 그의 인생에서 지워야 한다. 아쉬움 마져도. ‘너는?’‘난 아직…’ 그 얘기를 듣자 그녀의 눈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둘은 남자의 어머니의 상식 이하의 만행에 가까운 반대로 헤어졌다. 여자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남자는 절망했다. ‘혹시, 나 때문이면,,, 그만 잊어.너도 네 인생을 살아야지.’ 그녀가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한다. ‘넌,,, 잊어지던?’ 남자가 물었다.‘어쩔 수 없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여자가 답한다.‘그런 얘기가 아니고 잊어지더냐고?’남자가 되물었다.‘내가 아니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니?’그렇다. 그렇게 대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안해’ 남자가 말했다.‘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끝까지 날 잡지 않은거? 아니면 애초에 날 사랑한 거?’ 여자가 묻는다. 그렇다. 도대체 그는 뭘 미안해 해야 하는 건가? 그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의사까지 된 그가 가난한 집 간호사인 그녀를 사랑한 자체를 미안해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걸 미안해 해야 하는 건가? 그런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둘은 찻잔을 다 비웠다. ‘나 이만 가봐야 해. 우리 딸 아이 어리이집 마칠 시간이거든.’‘응, 반가웠어’‘응 나도 반가웠어. 한가지 부탁이 있어. 다음부터는 우리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그냥 모른 체 지나치자.’ 그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알았어…’ 그녀는 나가고 그는 멍하니 잠시 더 앉아있다가 자리를 떴다. 이제 둘은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인사조차 할 수 없다. 그게 그들 사랑의 마침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