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사는 어느 영화의 주인공을 오대수라고 했던가? 나는 오늘도 대충 수습이 안된다, 수습이란 건 최소한 오늘의 일은 일단락 되어 내일 죽이되던 밥이되던 하루를 넘겨야만 오늘이 대충 수습이 된 오대수 아닌가? 난 하루가 수습이 안되면 잠을 못잔다. 그래서 항상 저녁이면 술병을, 그것도 보드카 병을 들고 다닌다. 수습이 안되면 술기운이라도 빌려서 오늘을 마무리 해야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오안수이다. 오늘도 안 수습하고 사는 사람. 오늘도 오안수 씨는 보드카 병을 들고 거리를 전전했다. 나름 친구들도 생겼다. 위스키 병을 들고 다니는 구씨, 바카디 병을 들고 다니는 라씨, 소주병을 들고 다니는 소씨,,, 다들 마주치거나 하면 인사 한번씩을 주고 받았다. '오늘은 수습했소?''아, 뭐, 그냥...'이들이 하루를 대충이라도 수습하지 못한 대표적인 한량들이었다. 이들도 한때는 책임있는 가장이었다. 지금도 그리 빈곤하지 않다. 그들이 들고 다니는 술병을 보면 모르겠는가? 스미르노프, 조니워터블루, 바카디,,, 그리고 소주(소씨가 제일 가난하긴 하다.) 그들은 항상 술병을 들고 밤마다 인사를 건네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매월 말일이면 신문지를 깔고 둘러앉아 서로의 술병을 돌려 마셨다. 그러던 어느날, 오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씨들, 계속 이렇게 살 거요? 오늘도 수습 못하면서 이렇게 살거냔 말이오?''그럼 뭐 별 수 있나?'구씨가 대답했다. 조니워커블루만 마시는 그 구씨다. '머, 못할 것도 없지' 이번엔 라씨가 거들었다. 소씨의 한마디가 이 모든 대화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이 잎에 이 은행 털자고.'.'야 먹고 살 게 없냐?' 조씨가 한마디 헸다; 구씨가 대답했다. '그건 사이즈가 다르지' '자,자, 그 얘긴 천천히 얘기하자고'
그러나 그들은 바로 다음날 밤 다시 모여 앉아 서로의 일을 분업하고 있었다.'시팔, 지금까지 민증에 빨간 줄 안 긋고 살았는데 이번에 빨간 줄 긋는 거 아니야? 소씨가 중얼거렸다.
운전은 소씨, 공포탄은 라씨, 돈 수거는 오씨, 전체 통제는 구씨가 하기로 했다.
'자 내일 이 시간에 하는 걸로 하자고, 잠들 잘 자두고,'
그 날 그 시간이 왔다. 얼굴에 스타킹을 미리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벌써 누군가 신고했을 것이다. 네 명이 한꺼번에 한 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무척 이상해 보였다, 의외로 공포탄에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안았다. 꼬질꼬질한 아저씨가 쏴대는 공포탄에 누가 맞는다 해도 죽을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대략 몇천만원 쓸어 넣고서 빨리 자리를 떴다. 그리고 떠난지 10여분 만에 검거되었다.
그들은 우연인지 배려인지 같은 방에 배정되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그리워하던 것은 마음껏 마시던 술이었다.
나쁜 짓도 해본 놈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