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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

by Zarephath

나는 철가방이다. 가장 배달하기 싫은 곳은 대학교 동아리 방이다. 저 새끼들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 나이에 저토록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고 나는 무슨 죄를 타고 나서 이 나이에 저 새끼들 자장면 가져다 주고 다 먹고 난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야 하는가? 제발 배달중 대학교는 절대 가기 싫디만 식당이 대학가에 있는 지라 배달의 거의 대부분이 대학교다.
나도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반에서 5등 안에는 들었다. 어중간한 인서울 대학은 갈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아버지 사업 망하고 길에 나 앉게 된 단칸방에서 다 들어갈 수 없어 나는 철가방의 길로 들어섰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게다가 월급까지 준다는데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배달 일은 쉽지 않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나이도 악물어 보고 반말을 하는 것이 트렌드인지 찍찍 해대는 반말을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석 때문에 많이 싸웠지만 사장님이 몇번 빌고 사과하고 하는 걸 보고 싸우는 걸 관뒀다. 그냥,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아직 꿈이 있다. 몇푼 안되는 돈이지만 웕급을 차곡차곡모아 대학에 꼭 가고야 말 것이다. 그허나 그렇게 차곡차곡 모으는 내 월급은 엄마 아버지에게 드려야 했고 철없는 동생 깽값 물어주는데 다 날리고 말았다. 희망이라고는 품을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중국집 요리사 해 보는건 어때?""네?""너 다른 거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다른 길도 없잖아. 꿈이라느건 꼭 현실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만이 아니야. 지금 하는 일에 열심을 품는 것도 굼이라면 꿈이지.중국집 요리사, 아니, 요리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중국집 요리사? "너 임마 이것도 괜찮아. 나중에 자기 가게 차려도 되고 잘하면 엄청 유명해져."사장님의 설득이었다. 나는 밤새 잠이 안왔다. 정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이 길이 내 길일 지도 모른다. 밤새 고민한 나는 다음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 해 보겠습니다. 요리는 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어, 그래 좋은데, 지금부터 요리 안가러쳐 줘. 철가방 몇년에 서빙 몇년, 주방 보조 몇년 한 후에야 겨우 자장면 하나 가르쳐줘. 각오 단단히 해." '생각보다 힘든 길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느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교 동아리방으로 배달을 갔다.갔는데 여자 한명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내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까지 했다.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릇을 참으로 그래도 그여자 혼자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아까는 참 감사했습니다.""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내가 말을 했다. "아가씨가 제게 반말을 하지 않은 첫 사람이었거든요." 잠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그녀는 내게 "그럴 것 없어요 당영한걸요?" 라고 한마디를 남기고 동아리 방을 나갔다. 뭔가 이상했다. 고마운 감정인지,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 나는 그 동아리방 배달은 가급적 내가 가려고 했는데, 그녀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차츰 그 감정은 잊혀져 갔고 아는 열심히 배달을 했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 후로 반말을 들어도 별로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반말을 들을 수록 반말을 하지 않던 그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그렇게 힘든 배달 일을 끝내고 나는 홀 서빙으로 승격되었다. 나름 유니폼을 입고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었다. 서빙을 한 몇달 했을때 쯤,,, 나는 서빙을 하다가 숨이 멎을 뻔 했다. 그녀다. 그녀가 가게에 와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 담당은 아니라 함부로 가서 말을 걸 수도 없고 또 한번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그녀가 나를 기억할 리가 없다. 나만 기억할 뿐. 나는 그저 그녀가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갈때 까지 지켜불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그녀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루 하루 기다렸다.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달이 되고 한달이 일년이 되도록 그녀는 오지 않았다. 나는 또 그녀를 가슴에 묻고 몇년을, 아니 십여년을 지나 마침내 주방장이 되었다. 내년이면 내 이름으로 된 가게를 낼 얘정이었다. 주방방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특제 요리가 주문이 들어왔다. 보통 큰 보임이나 중요한 미팀이 있을때 시키는 요리 이다. 그런 요리는 주방장이 직접 서빙을 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나도 요리를 들고 직접 서버에 나섰다. 아! 그런데 그 자리는 젊은 남녀가 있고 어른들이 있는 그런 상견럐 자리였다. 그리고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상견럐 자리였던 것이다. 나는 울컥 울음을 터뜨릴뻔 했다.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서빙을 마치고 나왔다. 그 이후 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저, 철가방 시절, 나를 무시하지 않아 고마웠다는 말을 했던 나를 기억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그런 걸 물을 수도 없었다.
일년이 지났다. 나는 내 이름을 건 가게를 열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어느 여자 손님이 들어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녀였다. 나는 용기를 내여 물었다. 예전에 반말 해주지 않아 고마워하던 철가방의 기억하냐고. 그녀는 나를 한참 응시하던 대답했다. "네 기억해요. 당신은 특별했어요, 꿈으로 눈이 반짝였죠." 그녀는 결혼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 난 그걸로 됐다. 가슴에 묻고 기다리며 지금 이 자리에 오기 까지 날 이끌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영원히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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