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닭이다. 닭으로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다. 눈 떠 보니 닭이었다. 이게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첨엔 몰랐다. 어디선가 모이를 주니 먹고 병아리 시절 나는 농장에서 자랐다. 내 친구 중 일부는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위에서 500원에 팔려 나가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불량 종자로 즉사 첨부된 닭도 있다고 한다. 그것들에 비하면 난 나름 운 좋고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은 모이를 주며 하루하루 자라가는 나를 보며 기뻐했다. 왜 기뻐하는 줄은 몰랐다. 그저 나는 나름 행복하게 모이를 먹으며 하루하루 별 일 없이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사람들이 닭장으로 들어오더니 나와 동리듬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나 둘 이러 저리 살피더니 하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얼마 후 외마디 비명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하루 이틀,,, 계속 일어났다. 불안했다. 나도 언젠가 끌려나가 어디론가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망 바짝 차리면 산다고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누군가가 나른 데리고 가더니 도마 위에 나를 눕히더니 칼을 높이 쳐드는 것이었다. 나는 본능 적으로 나를 죽이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버둥거리며 거기를 빠져 나왔다. 닭은 날 수가 없다. 훨훨 날아 도망갈 수가 없었다. 푸드덕 거리고 달리며 이리저리 피했다. 사람들은 더욱더 집요하게 나를 잡으려 했다. 나는 순간의 틈을 비집고 나와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닭이다. 닭이 도망가 봐야 어디로 가겠는가? 모이를 주는 사람도 없고, 어디 들어가 잘 데도 없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 그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살려고 했다. 그렇게 이리 저리 돌아다니기를 수개월, 나는 거의 죽을 만큼 말라 비틀어졌고 길에 고인 웅덩이의 물을 먹으며 겨우 연명했다. 나는 화가 났다. 왜 나를 죽이려 했을까? 난 그저 한마리의 일 뿐인데, 닭인게 죽어야 할 이유인가? 그저 분하고 억울했다. 그리고, 복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도망나온 농장으로 돌아갔다. 몰래 농장으로 숨어들어 모이를 미친듯이 먹고 겨우 기운을 차렸다. 기운이 차려지니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났다. 그 인간을 찾자. 날 죽이려고 칼을 높이 쳐들던 그 인간을 찾자. 나는 몸을 숨겨가며 며칠 동안 살피며 그 인간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 인간이 나타났다. 그 인간은 나한테 한 그대로 다른 닭을 한마리 잡더니 데리고 나갔다. 그 다음에 뭘 할 지는 확실했다. 난 숨어서 기회를 엿보았다. 근처에 숨어 있다가 그 인간이 칼을 높이 쳐드는 순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말았다. 점프를 하여 그 인간의 눈을 내 부리로 찔렀다. 그리고 눈을 파먹었다. 그 인간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달려와서 무슨 일인지 파악했다. 나는 얼른 농장을 다시 도망나왔다. 의외로 인간의 눈알은 참 맛있었다. 던져주던 모이보다 훨씬 맛잇었다. 나는 들키지 않는 한 이 일을 계속 하기로 했다. 그 농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 이상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인간들이 닭을 잡으려 할 때 마다 숨어 있다가 인간의 눈을 파먹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눈을 쪼아버렸기에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듯 했다. 왜냐면 얼마간 닭을 죽이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신 뿌듯하면서도 인간의 눈을 더 이상 멋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그 농장. 뿐 아니라 어디서든 숨어 있다가 갑자기 공격해서 인간의 눈을 뽑아 먹는 일을 했다. 마을에는 공포가 감돌았다. 눈깔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웃긴 건 근래엔 사람들이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꼭 쓰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거친 닭의 삶,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 혼자 생존할 수 있다. 개울의 물을 먹고 개구리도 잡아 먹고 그러고 살다보니 나는 몸집도 큰 닭이 되었다. 사람들은 범인이 닭이라는 것을 알아낸 듯 했다. 다들 날을 들고 다니며 주변에 보이는 닭은 모두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나때문에 연약한 닭들을 희생시킬 순 없었다. 난 더 이상 숨어 다니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을에 금방 소문이 퍼졌다. 괴물 닭이 나타났다고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이 모두칼을 들고 나를 잡으러 왔다. 나는 당당히 맞섰다. 나를 향해 휘두르는 칼을 피하며 이리 저리 푸드덕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공격했다. 몊명은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고 나도 그들의 칼에 부상을 입었다. 여기 저리 찔렀다. 나도 숨이 목에 파올랐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나도 죽을 때가 되었다. 아~ 억울하고 분하지만, 난 당당하게 죽어간다. 비겁하게 키우던 닭을 잡아먹는 인간들을 몇명이나 해치웠던가? 이정도면 만족스런 닭의 일생이다. 숨이 찬다. 앞이 잘 안보인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는,,, 죽었다. 자랑스럽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