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준비가 다 되었다.
나는 전사의 후예인 듯 방랑을 좋아하는
천성을 타고난 듯
집에 뒤마당에 복숭아나무 하나를 심어 두었고
토종 복숭아나무 몇 가지를
외래종 복숭아 나뭇가지에 접목을 해뒀고
올해 초 만리장성 두 번씩 올가 가봤고
백두산 산자락도 세 번이나
올라가봤고
려산 황산 장가계 태산 다 올라가 봤다.
이제 서녕만 다녀오면
어디로든지 훌훌 떠나도 된다.
작년부터 훌훌 떠나기 전 왠지
천지에 다시 한번
만리장성에 한번
두 곳 만은 꼭 올라가 보고 싶었다.
마치 아주 멀리 떠날 사람처럼
마치 아주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운명이 날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진지한 일인데 웃음이 난다.
그래도 맘속에 미움은 없어서 다행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내 딸이 있고 맑은 물과 산이 있는
이것보다 더 좋은 곳 어디 있으랴만
난 소원이 전 세계 여행하는 것이니까.
주변은 거의 다 돌았으니까.
바깥세상구경 하고 싶다.
몇 해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싶다.
그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할것 같다.
일 년간 하고 싶었던 것들만 하며
여행하며 사진 찍고
글 쓰고
그렇게 안식년을 가져 보고 싶다.
좀 더 멀리 날기 위해서는
날개 훈련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아니
좀 더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위해 살고 싶다.
나답고 싶다.
내가 나여야
너도 위할 수 있고
내 딸한테도 진정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고 맘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으니까.
내 딸도 내 딸답게 그리고 자신답게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니까.
모든 새로운 생활 방식과
새로워지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나답게 사는 것도
그 누구 눈치를 안 보는 것도
그 누구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맘가짐을
갖는 것도
거짓과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도
세뇌와 반세뇌 법을 알아차리는 것도
심리학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세뇌의 최고봉은 암시다.
암시로 환상을 보게 하고 믿게 하고
그것으로 돈과 시간을 갈취해 간다.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도덕이 없는 자는 자기가 당한 상처를
희생양을 찾아 다른 이에게 전가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그만큼의 권능을 가지는 것도
모두 연습과 투쟁을 거쳐서 얻어진다
자신과의 투쟁 사회와의 투쟁
기존 생활패턴과의 투쟁.
전쟁을 거쳐야 평화가 깃들듯이
투쟁을 거쳐야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자신과의 투쟁이든 타인과의 투쟁이든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 과정에 흥분하지 말고
맷집을 튼튼히 한 후
운명의 시계추대로
칠 매는 치고 맞을 매는 맞고
그렇게 하나하나 마무리 지어 가는 것이다.
직장이든 인연이든 모든 게 그렇다.
삶이란 전쟁 터다.
매 맞을 것을 두려워해서는 영원히
이길 수가 없다.
영원히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삶과 죽음 역시 자연의 일부분일진대
죽음조차 두려울 것 없는데
혼자 만든 환상에 두려워 떨고
혼자 만든 감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여전히 암흑 같은 미래에 불안 하지만
드디어 빛이 보인다.
긴 동굴에서 나가는 방향을 감을 찾았다.
남아 있는 한치의 두렴움을 걷어내자
칭기즈칸도 두렵지 않다.
나보다 도덕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다른 무엇으로든
한수 아래인 이해관계자들도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기대된다.
난 타고난 전사의 후예인 듯 싶다.
전투에 임하기 전 내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수면과 하루 반시간의 명상뿐이다.
내 몸과 맘을 이미 금강불괴지신으로 만들어 놓았다.
삶과 그리고 삶에서 닥치는 전투에 즐기면서 임할 준비가 다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