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한잔 생각 나는 날.

by 수호천사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 한 명 한테 연락하여

화상 채팅하면 맥주 두세 캔

하려다가 그 맘을 접었다.


저조한 내 기분을 들키는 것도

싫고

큰 산도 큰 강도 다 건넜는데

작은 시련쯤이야.

그리고

요즘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내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하고 싶은 공부에 몰두하면서

사는 패턴에 겨우 습관 되었는데

그것을 깨뜨리기가 싫은 탓도 있다.

그리고 닷새후면

6박 7일 자동차 여행 계획도

잡혀 있으니

그 준비도 해야 한다.

여행 호텔이야 친구가 알아서 다 예약했었고

동선은 정해 졌다 해도 각 지역 특색 음식

갖고 갈 물품들 간식들

그 지역에서 꼭 들려야 할 명승지 등등

준비할 것이 적지 않다.

사업하는 친구는 목적지에서

사업상 일도 보고 여러 날 더 묵고 오고

난 비행기로 돌아온다.

이럴 땐 홀로 사업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큰 조직체계에서 벗어나본 적 없는

회사 생활

언젠가 그 배경이 사라 질 것을 잘 알고 있다.


무한 자유는 얻겠지만

무한 경쟁에 노출되고

안전감도 사라지고

소속감도 사라지고


호칭도 사라지고

말 그대로 자연인 이 될 것을 예감하고 있다.


80~90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런 생활을 이어 오고 있고

나같이 같은 회사 같은 조직에서 20년간

여러 부처를 돌면서 쭉 안정적 생활을 해온 것이 더 놀라운 일인 것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많은 혜택을 누리고

능력에 비해 더 과분하게 대우받고

편히 살아온 것을 인정한다.

하나 세상에 공무원 외에 평생직장이란

있을 수 없는 법

안정이란 보호막인 동시에

또 우리를 옭아매는 족쇄 같은

것인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최근 경제 상황은 실로

좋지 않으니까 불안 감이 더욱 큰 것인지도

모른다



대학생 시절 여름 방학 알바 시 막일 현장에서 40대 아저씨들을 만나 본 적 있다


서로 통성명할 필요도 없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되고 하루 끝나면 각자

일당을 받아 헤어지면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알바를 25일 가까이 경험한 것이 언제라도 그런 일 다시 시작하면 되지 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몇 가지 미래 중에

그 길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 그때 만났던 40~50대 아저씨들 중 아마

회사 생활 오래 하다가 이런저런 사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막일 현장에 나오신 분들도 있었으리라.


내가 그 나이대가 되고

그럴 상황까지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이 더욱 많아진다.


생활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몸에 배지만

갑자기 떨어지면 적응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안정적인 생활은

1~2년 후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자꾸 조바심도 난다.

주동적으로 스스로 먼저

확 환경을 바꿔서 일찍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다른 직종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들로 복잡하다.

직장에서는 또 내색할 수가 없다.


눈치게임이 시작된 직장

십 년 전같이

훈훈한 회식 자리 같은 풍경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시절 회식대신 회식비로 커피사서 마시는게

이젠 습관이 되어 버렸다.

되고 회식은 별로 반기지도 않게 된다.

여러 번 구조조정을 거친 후라

몇 달 후에 다음 티켓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종래로 해보지 못했던 고민들

50대 초반까지는 쭉 이어질 거라

믿어왔던 대기업 직장

그 후에는 그전에 요리기술이나

슬렁슬렁 익혀서 자그마한 음식점 차려서

큰 욕심 없이 직장 다니던 만큼 벌고

주말엔 지금처럼 낚시 하러 다니고

캠핑 다니고

5년 전에 내가 그렸던

내 50대 미래가 산산이 부서지고

지금 40대에 또 막막한 미래가

엄습해 온다.

음식점도 20년씩 해오던 친구 가게도

문 닫는 것을 보니 그쪽으로도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코로나부터 시작하여

최근 몇 해 사이 영화 같은 일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현실감각이 무뎌지고

대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듯하다.

인연이든 직장이든

어떤 것을 끝낸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는 의미 이기도 한데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평생 돈걱정 없는 부자 친구 따라

여행길에 오를 생각 하면

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나도 어떤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부자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일부 친구 동창들이 생각 하는 것과는

달리 또 이런저런 걱정들을 안고 산다.


요즘따라 집사람의 평생직장이

조금 부럽다.


그게 나를 약간 안심 시키기도 한다.

학교 때 석사 박사까지 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살아내야지

그래야지.

새 길이 열리겠지.

경험 못해본 더 멋진 날들이

올 수도 있겠지.

기도하면서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이것 역시 지나가겠지.

그래야지.

한잔술에 시름을 털어 버려야겠다.

오늘은 영화 보면서 다른 생각들은

하지 않기로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기로

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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