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그리고 우주 그리고 나.
뉴톤이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알아냈듯이
나로서는 오늘 아침 그 어떤 순간보다
더욱더 충격을 주는 교훈을 경험했다.
샤워부스에서 머리를 감으려고
샤워부스 밖에서 샤워꼭지를 잡고
물온도를 맞추는 중이었다.
손에 잡은 샤워 꼭지로 물을 흘려보내며
수온이 맞기를 기다리는데
오늘아침따라 적정한 물 높이에 물이
떨어진 위치가 적정한 위치었는지
그리고 물세기와 물양이
적정한 양이었는지
샤워꼭지에서 쏟아진 물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하수구 주위로
원을 그리며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돌면서 하수구로 빠져 나갔다.
규칙적으로 연속 여러바퀴 돌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마침 하수구 옆에 있던 머리카락 뭉치가
그 물결에 따라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듯 돌아가기 시작 했다.
네대바퀴 잘 돌아가던 머리카락 뭉치가
내가 애써서 더욱 적정한 물살을 만들려고
하자 공전궤도가 바뀌더니
규칙성을 잃고 하수구에 처박혔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솟구쳐 떠오른다.
무지개가 우연히 아주 가끔 만들어지듯이
우리가 이 세상에 오게 된것도
그리고 머리카락 뭉치가 첨엔 궤도를
잘 따라 돌던것이 갑자기 하수구에 빠진것도
잘 돌던것도 하수구에 빠진것도 자기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듯이.
삶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듯 하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기도 하고
업보라 부르기도 한다.
살면서 우연히 얻은 약간의 재부
조금의 여유가 이유없이 한순간
사라질수 있다는것을 명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신이든 귀인이든
외부 조력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영원한것은 없고 쌓은 명예 재부 건강
모두 한순간에 이유없이 사라질수도
있고 한번의 잘못된 선택 판단으로
모두 잃을수도 있는게 인간 세상이고
우주의 법칙이라는것도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는 엄청난 경험이고
큰 충격과 깨우침을 준 사건이기에
이렇게 적어 기록 해본다.
어쩌면 우린 신이 채찍질해서 돌아가고
있는 팽이 같은 존재일수도 있다.
우주 전체가 그런 사물들의 집합체이고
프로그램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시작과 끝이 반복하는 유한한
순간 순간의 연속일수도 있다.
애초에 불어넣은 생기가 에너지가
다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비슷한 에너지를 받았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 신임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있고
적대감과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뭐가 잘못인지
인지능력도 없는 인간들이 적지 않다.
운 좋게 온갖 특혜 특권을 누리고 능력에 비해 수십 수백배의
권능을 가지고는 그것을 부정적인 것들에
쓰고 조리돌림시키고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인간들을 보면 그리고 결국엔
스스로 자폭하는 인간들을 보면
주위 작은 악인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애초부터 그런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그렇게 변해가게 된다.
모든게 환상이지만
그 환상속에서 또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영원을 약속하고 이생과 다음생을 기약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것이 다를수는 있다.
보편적인 가치관 그리고 십계명을 어긴것으로 점철된 삶만 아니라면
모두 조물주로부터 축복받을수 있는 삶이라 생각 한다.
한순간들이 모여 이뤄진 한동안의 추억이든
희노애락이 뒤섞인 애증의 수십년의 인연이든
나와 연결된 그 어떤 종류의 인연이었든
좋았던것만 기억하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할수 있기를 바란다.
소중한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점점 강해질수 있다.
삶이 유한함으로써 더욱더 집중할수가 있다.
꼭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잊고 몰두하게 만든다.
삶이 내맘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한순간이라도 조물주에 대한
창조해주심에 대한 고마움과
삶 자체에 대한
좀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거란 희망을
잃지 말기를…
미워하는 맘보다 사랑하는 맘이 더
가득한 삶이길
나자신과 나와 인연이 닿는 모든 이들에게
그런 삶이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모든게 덧없다.
촌음을 아끼자.
과거를 돌이켜 보니
이렇게 내가 존재해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고 기쁨이다.
할수 있는 일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할수 있는 건강과 정력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