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맑게 개인 아침이었다.
적당히 미세먼지도 끼어 있었다.
일출이 아름다웠으리라.
오늘은 일출 보는 것을 포기했다.
인터넷서 산 티베트 탕카 사진들 다운로드
태벳 여행가방 챙기고 나니
새벽 한 시 되어서야 잠들었다.
요즘 일출은 새벽 다섯 시면 시작된다.
살면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포기할 것이 있다.
그럼에도 공짜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기쁘고 그 기쁨을 저장해 두는
소소한 취미를
가진 내가
그런 여유를 다시 찾은 내가
가끔은 괜찮게 느껴진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맘에 와닿는다.
책을 통해서 얻는 영적 여행이든
소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서 새로운 풍경과
처음 맛보는 색다른 현지 음식
예하면 현지 소탕
한그릇으로부터
얻는 눈과 귀
코의 후각 혀의 미각 손의 촉감을
호강시키기 위한 미식여행이든
여행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영혼을 풍부하게 하고
삶의 스트레스를 몰아내 준다.
새로운 영감을 주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게 해 준다.
어제저녁에는 김주환 교수님의 강연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로맨스 사랑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을 봐서는
나도 이젠 먹을 만큼 먹은 것 같다.
우리 자신도 우리의 의식도 수시로 변하고
우리의 모든 세포들 우리의 의식도
온전히 우리의 의지대로 어찌할 수 없는데
또 다른 인격체에 사랑이란 환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우리가 소유하고
그로 인해 환희를 느끼고 그 환희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지 않을 수 없으니.
환상이고 집착이지 않을 수 없으니.
이해 안 되던 여러 미제들이 이해되고
맘에 걸리던 응어리들이 풀려 어디론가
사라져 감을 느낀다.
돌이켜 보면 몇몇 인연은 단순히
시를 쓰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그 환상을 시로
소설로 만들기 위해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시나리오를 쓰다가 자신도 몰래
그 시나리오에 빠져 현실감을 잃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망각했던 적도
두세 번 있었다.
인간은 암시에 약하다.
다만 천성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난 쉽게 선을 넘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더 큰 번뇌의 늪에
빠지지 않게 했었던 것 같다.
그 인연들도 구하고 나도 구해냈다.
모든 게 공한데
그럼에도 지켜야 할 질서가 있고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질서를 어지럽히고
그 선을 심하게 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려 받게 되어 있다.
현세에서든 내게에서든
깨우친 만큼 자유로워진다.
아직도 채 풀리지 않은 그 미제를
풀기 위해
오늘도 나는 새로운 여행길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