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

by 수호천사

심리학개론을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들은 적 있다.


프로이드

심리학 역사 현황 등등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딱히 좋아서 듣고 싶었던 학과도 없고

공무원 시험 목적으로 행정 학과를 선택했던 나에게 있어서


심리학은 유일하게 듣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학과였다.


수십 수백 명이 교실에서 앉아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기계적으로 배우는 그런 학업은 학점을 채워 정상적으로

졸업하여 정상적으로 계획대로 집안 빽으로 공무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

제대로 들었을 리 만무했다.

그때엔 공무원 지원자가 많지는 않았고

조금만 빽이 되면 먼저 출근부터 하고

나중에 시험을 보는 관례 아닌 관례가 있었다.


그 무렵 고향에서 잘 나가던 나보다 스무 살 많은 사촌형이

같이 사업하던 친구가 아파트 분양 대금 수십억을 도박장에서 말아먹고 외국으로 튀어버려 그 뒤수습을 하느라 정신없던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상해로 와서 취업하고

대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찌하여 대기업에 취직되어

굳이 고향에 돌아가서 공무원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지고

그렇게 생각 없이 몇 해를 보내고

나름 상해에 집도 사고 평범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넉넉한 삶을 사는가

싶었다.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젊고 성실했고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자체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고

대학 졸업 2년 만에 부모님 도움으로

상해에 시가지에 집을 샀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대부분 동창들에 비해 억수로 운이

좋았다.


집값도 매년 배로 오르던 시절

대도시 대기업 자가 아파트

어떤 평범한 이들에겐 평생 아끼고 아껴도

닿기 힘든 목표일 수도 있었다.


0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가

다시 힘들어져 2010년에 항주에 있는

다른 대기업으로 옮기고

그 회사에서 드라마틱한 폭풍 노도의 과정을 거쳐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회를 알고

인간성을 알고

사내정치를 당하고 배우고 싸우고

코로나를 겪고 나서는

모든 게 뒤틀리고 혼란의 시기가 왔다.

바깥세상이든

회사내부에서든


어떤 일들은 이제는 하나씩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직이라면 조직인

그곳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으니까.


단축하여 정리하면

수많은 영화 같던 나날들

결국엔 연기였고 남는 건 허망함뿐였다.

고마운 일 고마운 사람들도 많았지만


결국엔 거대한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후에야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온전히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십 년간 머물던 조직이란 배경이 사라졌다.


자유를 얻었지만

책임감의 무게는 배로 늘었다.

불확실성도 배로 늘었다.

이것 역시 나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당분간 그 어떤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친구 한두 명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글 쓰기에 몰두해볼까 하는 생각이다.


모든 게 운명이고 이제는 갑옷 없이

가뿐한 옷차림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과거의 영광도 음영도 모두 버리고

좋은 것들만 보면서 나아가 보려 한다.


과거애 가고 싶었지만

갈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던 길들에 대한

미련은 다 접고 다소 불안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먼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렇게 새로운 길을 가 보려 한다.


결국 가지 못했던 길은 내 운명이 아니었고

더 큰 시련과 고통이 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 무엇을 성취했었건

그 어떤 배신을 당했건

모두 지난 일이 되었고

내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고

내 지혜를 키우는데 보탬이 되고

그 지혜가 나를 더 멀리 안전하게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


내 건강과 평온을 뒤 찾는 일

내 가족 내 부모님께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그게 곧 내겐 힐링의 시간이고

치유의 시간이니까.


알 수 없는 미래지만

하나님이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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