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도 억만년을 살아온 느낌

by 수호천사

마치도 억만년을 살아온 느낌을

요즘 자주 경험 한다.


칼융이 말한 인류 공동의 잠재의식과

우주 곳곳에 기록보존되어 있는 그 잠재의식과

연결된 느낌이다.


더 이상 미운 사람도

황홀할 정도로 좋아지는 사람도


심장 떨리는 공포감도

심장 떨리는 설레임도


사라졌다.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하면 면역이 생기듯이

이번생 경험뿐 아니라

잠재의식 속 억만년 그 이상의

기억의 조각들이 꿈속에 나타나

내게 신통력을 부어준다.


그 신통력이 삶과 죽음마저 희미해지게 해 준다.


머무르는 이곳이 곧 천당이고

극락세계요 천국처럼 여겨진다.

천국과 극락세계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여겨진다.

태초로 수시로 순간이동 할 수 있으니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굳이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억만년 동안 살면서 모든 것을 경험했었으니

딱히 기쁨도 슬픔도 시련도 고통도

희미한 경험 속 작은 기억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마치 어린 시절 첨으로 세발자전거를 선물 받고 기뻐하던 일처럼

그 자전거를 타고 축지법을 얻은 듯이

동네방네 신나게 돌아다니던 일처럼

네 살 때 첨으로 사이다를 맛봤던 그날처럼

중2 때 송혜교처럼 이뻤던

이웃집 누나와 운우지정을 나누는 상상을 하며

첫 용두질 경험한 일도

상상 속의 그녀와

첨으로 꿈에서 운우지정을 나누고

화산이 폭발하여 사타구니가 축축이

젖어 밤중에 엉거주춤 일어나

손빨래를 해야 했던 일들도

동네 강아지에게 물렸던 일처럼

교실에서 마른하늘 청천벽력 번개에

맞아 손발이 말을 듣지 않고

제자리 달리기를 기적 같은 속도로

일분 간 달렸던 것처럼

외갓집에 놀러 갔을 적 아무 이유 없이 마을 불량배들이

나를 패겠다고 멀리서 어슬렁 거리던

일들

그때 나를 보호하고 옆에 끼고

외할머니 집으로 향하던

십수 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하직한

내 큰 외삼촌

외삼촌과 함께 겨울에 야산에 토끼 옹노를

놔 토끼들 잡고 여름방학 때마다

늪에서 낚시하던 일들도

더 이상 경험 했던 모든 일들이

부끄러운 일도

다시

운명 속에 미리 정해져 있었던

꼭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로 느껴진다.


살았던 것보다 더 망가지며 살았을 수도

있고

더 방종하며 살수도

더 조신하게 살고

작은 일에 만족하고

나를 좋다 하던 그 사람들 중

제일 착했던 애랑 함께 했었더라면 하는

상상도 더 이상 하지 않겠다.

그 어떤 추억도

부끄러운 일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일도 아닌

그냥 운명의 한 조각으로 담담하게

기억하고 저장해 두게 된다.


딱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아니다.


다만 기록해 두는 것

이것 역시 사명같이 느껴져

이렇게 끄적이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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