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맘속에 걸릴 게 없는 삶

by 수호천사

또 한 번 갈림길에 서서 이른 새벽 산에 올랐다.

동녘이 휘붐히 붉어오르는 그 시간

오만가지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산에 올랐다.


표범 발자국 같아 보이는

큼직한 짐승의

발자국

채 얼지도 않은 듯한 노루 똥

아마 이

노루는 뒤를 쫓던 표범을 무사히 따돌렸을까.


아니면 산너머 저 고개쯤에 다다르러

힘이

빠져 표범의 밥이 되어 생을 마쳤을까.



산속이니 산밑이나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겉으론 인의도덕

뒤로는 권모술수 사기행각


더 이상 정답을 찾지 않기로 했다.

할 걸음

내걷고 다음 발걸음을 살피기로 맘먹었다.


어느

산엔들 범이 없을쏘냐.

친구 소유의 산속에 있는

오두막 앞마당에서

잔가지를 쳐낸 솔나무 가지에

불을 지펴 커다란 모닥불을 만들었다.

탁탁 소리를 내며 불길이 타오른다.

소나무향이 진하게 코를 찌른다

오만가지 잡생각이 그 불길에 태워져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몇해간 날 뒤따라 다니며

괴롭히던 액운들까지도.


친구와 함께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봤다.

잠시

멍 때렸다.


나에 비하면 열 배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친구


수많은 시련과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은 친구

무너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굳건히 자신의

것들을 지켜내고 키워낸 친구.


그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매일 산을 타는 산사람으로 살아가서

그런지

눈빛엔 야생호랑이 기운이 넘쳐흐른다.


어떤 이야기들은 자세히 얘기 안 해도

느낄 수가 있다.

적어도 목숨을 버렸지

양심을 팔 소인은 아님을 느끼고 있다.


적어도 등을 보이고 서 있어도

두렵지는 않다.


어쩌다 세상이 이다지도 정글같이

되었는지.


모닥불에 수많은 상념을 태워 날려 버렸다.

그리고 예기치 않고 찾아오고 떠나가는

불행과 불운에 집착하지 않으려 작심했다.

죄를 묻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과거로 인해

미래를 더 이상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결심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으니까.

세상의 유언비어 따위

때 되면 스스로 벗겨져 떨어져 버리는 상처 딱지 같은 것이니까.

살면서 생긴 상처 따위 훈장 같은 것이니까.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필수 여정이니까.

진정 소중한 것을 알게 된 여정이었으니까



죽자고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니까.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

죽어도 산 것이요

양심을

버리는

순간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것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헛된 경험들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된다.



천금 만금을 강도를 당해 잃든

사기를 당해 잃든

병으로 인해 잃기보다는 나은 것이라

생각된다.


시련은 마음근력과 더 큰 세상을

보게끔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 큰 세상에 나아가든

깊은 산속에 은둔해 있든지

항상 고요히 지킬 수 있는 맘가짐과

동일한 생활패턴을 몸에 배이게 해 주었다.

반야심경 주기도문 십계로

하루를 여는 삶

나쁘지 않은 방식인 것 같다.


양심이 무엇인지

신의가 무엇인지

왜서 그 어떤 순간에도 거짓만은

행하지 않아야 하는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을 지키지 않은 악인들이

내게 반면교사로 날 깨우쳐 줬다.

묵직한 매질과 함께…

돈오가 되었든

은둔이 되었든

진정으로 맘속에 걸릴 게 없는 삶

곧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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