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라이 츄라이!
part1. 학급임원 선거
보통 학급임원선거는 3학년부터 실시한다. (학교마다 다르며 업무담당자가 계획 수립)
학년이 올라갈수록 출마자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처음 출사표를 던지는 3학년 때는 학급인원 25명 중 10명이 넘게 출마하기도 한다. 출마자가 많으면 후보자별로 분산되는 표가 너무 적으므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2개 적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압도적으로 표를 많이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3표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린이 출마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자기 이름 써도 되나요?"
"당연히 됩니다.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후보도 투표권을 가지고 자신에게 1표를 행사한답니다.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적으세요."
귀엽고 안타까운 무효표
투표용지 하나에 같은 이름이 두 번 적혀있는 경우, 후보 본인이 적었는지 열렬히 지지하는 친구가 적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안타깝게도 무효 처리된다.
1학기 때는 학기 초 며칠의 인상과 선거유세에 따라 투표를 하는데 비해 2학기 때는 한 학기 동안 겪어본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1학기 임원은 목소리 크고 활달하며 유세 준비를 잘해온 친구가 당선되는 경향이 강하고, 2학기에는 평소 친구 관계가 원만하고 신망이 두터운 친구가 당선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아이들이 출마하는가?
그 어떤 자격도 필요 없이, 그 반의 학생이라면 누구든, 반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출마한다. 부모님이 나가라고 등 떠밀어도 본인이 마음을 내야 출마를 할 수 있다.
표가 적게 나올까 봐 미리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보통 어릴수록 자신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겁 없이 출마를 한다. 그랬다가 한 표도 받아보고, 두 표도 받아보고, 얼떨결에 반장도 되어보며 인생의 경험이 쌓인다.
출마가 정답은 아니다. 교사가 볼 때 참 진국이라 출마하면 표를 꽤 받을 것 같은 아이가 극구 출마하지 않을 때도 많다. 정치판에 발을 내밀지 않는 재야의 인재 같달까.
MBTI로 보자면 I성향보다는 E성향이 사람들 앞에 자신을 표현하고 주목받는 것에 거리낌이 적어서 쉽게 출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초등학생들은 E성향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출마를 사양하는 재야의 인재는 I성향이 많다는 것이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김선생 아들들의 학급임원 출마기
큰 아들은 극 E인 아이다. 3학년이 되어 학급임원 선거에 한번 출마해 보겠다고 했다. 첫 출마를 앞두고 유세 연습 좀 해보자고 하니 몹시 귀찮아하며 준비 없이 그냥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 그리곤 두 표를 받았다고 했다. 아이가 의기소침해질까 봐 걱정이 되어
"이야, 한 표를 준 친구가 있다니 너무 좋다. 그리고 출마한 게 대단한 거야. 다음에 또 도전해 봐."
라고 하니 싫다고 했다.
그래놓곤 4학년이 되어 저 혼자 출마하더니 득표수가 늘어 반장, 부반장 말고 '친구사랑부장'이 되었고 대단히 뿌듯해했다. 그리고 5학년이 되어 부반장, 6학년이 되어서도 부반장에 당선이 되었다. 반장도 해보면 좋았겠지만 본인은 부반장으로도 충분히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신나게 학교 생활을 했다.
"내가 반장하고 두 표 차이가 났어. 그리고 정석이는 세 표 받았어."
"그랬구나, 넌 누구누구 이름 적었어?"
"나랑 반장 된 애 이렇게 적었어."
"아이고, 네가 그 표를 정석이한테 줬어야지!"
"아, 그런가?"
"그래, 네가 후보니깐 경쟁자를 견제하면서 정석이에게 힘을 줄 수 있으니 1석 2조잖아."
좀 얍삽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그랬더니 2학기 때는 제일 표가 적을 것 같은 친구에게 투표를 했다고 한다.
첫째는 부모에게 미리 말하는 건 꺼렸지만 몇 번 출마해 보더니 점차 나름대로 공약도 만들고 유세문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자기 동생에게도 자꾸만 학급 임원 선거에 나가라고 부추겼다.
I성향인 둘째는 학급임원출마를 계속 거부했는데, 어떻게 마음을 먹었는지 4학년이 되자 한번 나가보겠다고 했다. 형과 달리 엄마의 조력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당근 뽑는 토끼 그림을 그려 가서
"이 당근처럼 저를 뽑아주세요."
라고 했다가 두 표를 받았다. 내가 돕지 말 걸 그랬나 자책했지만, 이름 모를 친구가 준 한 표에 함께 기뻐하기로 했다. 동생 놀리기 1등인 형이 "나도 처음엔 두 표 받았어. 괜찮아. 2학기에 또 나가봐."라며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둘째는 2학기에 재도전을 했고 빨간 휴지를 콧구멍에 꽂고 쌍코피가 나도록 학급을 위해 뛰겠다는 말로 문화놀이부장이 되었다.
학급임원은 아이 역량껏 도전해 볼 만한 일이고 그 자체로 자신에게 소중한 경험이 된다. 안 나가도 그만이지만, 한 번쯤 출마해 보는 것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다. 나에겐 몰래 숨겨두고픈 출마의 기억이 있어서 '나가지 말 걸 그랬다'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임원선거에 나가는 용기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part2. 전교임원 선거
학급임원선거에서 내 아이가 반장이 되면 학급어머니 회장이 자동으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급어머니 회장은 명단 상에 존재하는 이름일 뿐,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내 아이가 전교 회장이 된다면? 아무리 아이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려 해도 나라면 어깨에 뽕이 들어갈 것 같은데, 감내해야 하는 왕관의 무게가 있으니 전교학부모회 회장의 자리이다. 물론 가정의 상황에 따라 그 자리를 사양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 학부모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하므로 뭔가 애매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 엄마는 아이가 전교 회장도 아닌데 어머니 회장이라면서요?" "전교회장 엄마가 못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대." 이런 입방아 정도.
옛날에는 육성회비니 뭐니 금전적 부담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부담은 없다. 하지만 한 번씩 얼굴을 비춰야 할 학교 행사가 있으니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졸업식이다.
우리집 첫째가 6학년이 되어 전교회장 출사표를 던졌다. 당선이 되면 아이야 좋겠지만 '엄마, 아빠가 어떻게 학부모 회장을 하지'하는 부담감이 같이 들었다. 표를 적당히 받아서 부서 부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래도 회장만 된다면 엄마 대신 아빠를 학부모회 회장으로 내보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선거유세 준비를 도왔다. 선거 포스터 만들기를 돕고, 유세문은 아이가 직접 쓴 걸 문법 오류만 잡고 낭독시간을 측정해 주었다. 선거운동원이 있어서 그들이 들 피켓도 만들었다. 선거 유세 기간이 되자 집 바로 뒤에 있는 아이의 학교에서 "기호 0번 000"하는 유세 소리들이 시끌벅적 들려왔다.
그리고 선거 당일, 선거운동하는 친구들과 열심히 자기 이름을 외쳤던 아들은 목이 거나하게 쉬어버렸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방송 유세를 한 뒤, 울면서 하교를 했다. 득표는 3등으로 아깝게 부회장 자리도 놓쳤다고 하며 신은 없다고 화를 냈다. 안타까웠지만 선거 운동에서 후보자가 목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었다.
얼마 뒤, 아들은 전교어린이회에서 체육부장으로 뽑혔고 그것으로 위안받고 나름 알아서 활동하고 있다.
이후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자리에서 교무부장님이 학부모회 회장이 된 전교회장의 어머니를 연단으로 불러서 한 말씀을 시키시는 걸 보았다. 그 어머니께서 어찌나 당황을 하셨는지 옆학교 이름을 대며 아이 학교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셨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선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곧 6학년 졸업식에서 학부모회장으로서 또 인사말을 하셔야 할 텐데, 첫 연단에서와 달리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 이외에도 학부모회장이 되면 어머니회 활동을 기획하고 주도하시기도 하는데 이는 학교마다, 해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전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 '학생참여예산'이란 제도를 통해 학생회에서 제안하고 기획한 대로 실제 학교 예산을 들여 실행을 할 수 있어서 성취감과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 물론 학생회 업무담당선생님의 수고가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이 해낸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학생회 행사를 주도한다. 친구들, 선생님과 협력하여 여러 행사를 치러내는 경험은 아이들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학생 임원 선거는 결과와 상관없이 도전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다. 설령 떨어진다 해도 공약을 고민하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해 본 경험이 사회성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