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스마트폰

필요 나름

by silvergenuine

요즘 스마트폰은 부모들의 최대 난제다.

사주기 전에도 고민, 사주고 나서도 문제의 연속이다.


언제쯤 사줘야 하나?

우리 애만 스마트폰 없으면 무시당하는 거 아닌가?

폰이 있어도 기종이 구리다고 놀림당하면?

어느 정도 기능이면 될까?

삼성폰? 아이니까 아이폰? 키즈폰?

요금제는?

하루 사용시간은 얼마가 적당하지?

휴대폰 게임은 시켜주나?

유튜브 보게 해도 되나?

카톡이랑 인스타 해도 되나?


이 모든 의문들의 키워드는 아이의 자기조절력과 가정의 필요, 그리고 부모의 관리능력이다.

우리 어릴 때야 휴대폰 없이도 잘 컸다고, 우리 아이도 그러면 된다고 말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달라진 세상 속 각각의 가정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나름의 결정과 관리를 해나가야만 한다.


안전(연락)을 위해서

아이의 미취학 시기에는 가정, 어린이집 등을 오가며 아이 혼자 있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휴대폰을 따로 쥐어줄 일이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다가오면 아이의 신변 확보 등 안전을 위해 휴대폰 구입 여부를 크게 고민하게 된다.


나 역시 맞벌이 부부로서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휴대폰을 구비시켜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집에 굴러다니던 남편의 옛날폰을 최소 요금제로 개통을 시켜줬다. 무려 10년 묵은 폰을 부활시킨 것이라 작동이 된 게 용했다.

그런데 입학을 시키고 보니 미리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연락책으로써의 휴대폰의 기능이 미미했다. 일단 학교가 코 앞이라 아이가 혼자 등교를 해도 어려움이 없었고 교문을 통과할 때는 안심알리미가 알림을 보내왔다. 이마저도 나중에는 안심알리미가 작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도 안 쓰게 정도로 등하교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수업이 있는 일과 중에는 당연히 폰을 껐고, 수업을 마치면 바로 돌봄교실로 가서 그곳을 기지로 방과후 수업과 돌봄 특강을 들으며 5시까지 학교에 있다가 집으로 왔다. 아이의 일과와 활동장소가 명료하니 아침에 헤어지고 5시에 다시 만날 때까지 전화통화 한 번 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점점 존재 가치를 잃어가던 폰이 결국 스피커 고장이 나버린 후 아이는 한동안 폰 없이 지냈다. 아이 일정이 집, 학교, 태권도장뿐이어서 불편함은 없었는데, 그래도 집 전화기가 따로 없으니 가끔 연락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 2학년 크리스마스 때 키즈폰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레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 때는 스마트폰 구입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폰이 없어도 서로 불편이 없다 보니 둘째는 폰이 없는 채로 4학년이 되었고, 아이도 딱히 폰을 사달란 소리를 하지 않았다. 폰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게 어쩐지 기특하고 애잔하여 최근 내 휴대폰 기종을 바꿀 때 쓰던 폰을 물려주었고 덕분에 둘째가 형보다 좋은 사양의 폰을 쓰게 되었다.

집돌이이던 아이들이 6학년, 4학년이 되면서 차츰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모가 모르는 활동반경이 넓어지자 휴대폰이 연락책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또 휴대폰을 통해 아이의 위치 정보를 알 수 있으니 통화가 되지 않아도 다소 마음이 놓인다.


이처럼 초등학교 입학으로 스마트폰 구입을 고려할 때 아이의 일정과 활동반경이 단순하다면 스마트폰은 좀 더 미뤄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학습을 위해서

아이 학습에 스마트폰이 필요한가?

각종 사전 기능, 정보지식 검색, 인터넷 강좌 등은 보호자의 폰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학습 때문에 아이의 스마트폰을 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부모도 손에서 폰을 못 놓는 요즘, 자녀 학습을 위해 폰을 내줬다가는 사용시간 상충으로 서로 불편을 겪기 쉽다.

아이에게 폰이 있으면 아이가 직접 학습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 교과학습은 아날로그적으로 여전히 종이 문제집을 주로 풀고 있다. 단, 큰 아들 EBS강좌시청에는 패드를 사용하고, 작은 아들의 문제집 QR코드 해설을 볼 때는 엄마폰을 이용한다.

아이들이 학습에 자기 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휴대폰 사용시간제한 때문이다. 현재 아들들에게는 주중 40분의 휴대폰 사용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금쪽같은 휴대폰 사용시간을 학습에 사용하기를 아까워한다. 그러면 어디에 사용하나?

바로 오락이다.


재미를 위해서

아들들은 6, 4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스마트폰 게임을 시작했다. 그럼 그전에는?

※우리 아들들 게임의 역사 TMI

어릴 땐 가족 보드 게임만으로도 만족하던 큰 아들이 10살 무렵 이웃집 닌텐* 스위*를 접하더니 그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했다. 아들의 욕구와 흥미가 빨리 식을까 봐, 또는 게임에 너무 빠져들까 봐 몇 십만 원의 비용을 선뜻 지출할 수가 없었다.

너희가 용돈 모아서 사라며 보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외가댁에 갔다가 까야할 마늘이 한 대야 있길래 마늘 한쪽에 10원이라며 알바를 시켰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앉은자리에서 마늘을 각각 600개, 400개를 까버린 것이다. 6천 원, 4천 원을 벌기 위한 노력과 닌텐*를 향한 간절함이 눈물겨워 결국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고 말았다. 금토일만 시간을 정해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주중에는 그것을 위해 매일 문제집을 일정량 풀기로 했다.

그렇게 3년을 닌텐*에 매진했는데, 큰 아들이 6학년이 되자 드디어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싶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친한 친구가 같이 하자고 권했다는 그 게임은 바로 브롤**즈.

담임교사를 하며 얼핏 알았던 그 게임은 현질(현금으로 아이템 등 구입)이 난무하고, 하필 반에서 제일 산만했던 아이가 빠져있던 게임이라 갑자기 아들이 그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자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아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하루 게임시간과 현금 사용 등에 대한 원칙을 정하더니 그 게임을 시작시켜 주었다. 아빠도 틈틈이 아들들과 게임을 하는 덕분에 아이들이 그 게임에 연연하는 지점을 이해할 수 있어서 게임으로 인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크다.


게임뿐 아니라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영상시청에 대해서도 부모가 아이의 사용 실태를 공유하고 있어야 원만히 지도가 가능하다. 그렇다곤 하지만, 솔직히 우리집 아들들이 보는 쇼츠를 어깨너머로 보면 나에게는 너무 소모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많아서 인상 쓰고 잔소리하게 되기 십상이다. 다행히 요즘엔 하루 40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대부분을 게임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 시청으로 내 속이 썩지는 않고 있다.


친구 관계를 위해서

"친구 관계를 위해서 스마트폰이 필요한가요?"

라는 나의 질문에 현직 초등교사인 남편 왈,

"전혀 필요 없다. 오히려 싸움의 온상이다."

라고 단언한다. 고학년 담임을 하며 SNS를 통한 사이버폭력 지도를 많이 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친구 관계에 도움이 되기보다 갈등의 온상이 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인스타**, 단체톡방에서 주고받는 비방뿐 아니라, 금융어플을 이용한 현금갈취까지 문제가 광범위한데 "난 폰이 없어서." 한 마디면 대부분의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렇다고 정말 고3까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

초등까지는 좀 옛날스러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친구는 학교에서 만나면 충분하고, 집에 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친구관계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아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활용하도록 방법을 가이드해줘야 한다.

-정보 공유, 친목 연락 용도(약속확인용)로 사용하기

-감정적인 대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화는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기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를 비방하는 내용을 보게 되면 즉시 그 채팅방에서 나가기

(단톡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학폭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증거 남기기 교육: 사이버 폭력 정황은 캡처해 두기


부모는 스마트폰 관리 앱을 이용하여 특정 앱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용시간을 정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가 어려운 아이를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준다. 아이가 자랄수록 사용 통제권을 서서히 아이에게 넘겨주되, 문제가 발생할 시 통제권을 다시 가져오는 등 조율을 해야 한다.



친구와 다투거나 선생님께 혼난 일로 몰래 화장실에 폰을 들고 가서 집에 전화를 거는 학생들이 간혹 있었다. 이럴 때 부모가 바로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 교사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최대한 아이가 스스로 극복하고 교사의 지도를 따를 수 있게끔 담대하게 응원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옆반에 가정방임이 아닌가 우려를 사는 남학생이 있다. 방과후에 복도와 계단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할 수가 없다. 끊임없이 쇼츠를 넘기며 눈을 폰화면에 고정한 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밥도, 옷도 제대로 안 챙겨주면서 폰은 쥐어주는 게 아이러니하다.


길에서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전을 위해서 스마트폰을 사준 부모 마음과 달리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아찔하다.


식당에 가면 폰 화면에 빠진 채 부모가 먹여주는 음식을 무의식 중에 받아먹고 있는 미취학 아동의 모습을 자주 본다. 부모는 아이가 소란 피워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정말 어쩔 수 없는지 묻고 싶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눈맞춤과 사람 간의 대화다.

그 아이에게 화면 밖의 세상은 너무 낯설지 않을까?


스마트폰이 아이들 삶에 해악이 아닌 유용한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에 따라 필요한 관심과 적절한 결핍, 충만한 애정을 주면서 현명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면 좋겠다. 언젠가는 아이도, 아이의 스마트폰도 부모로부터 독립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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