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언제까지 가나요

by silvergenuine

<2학년 예림이 이야기>

교실을 가득 채운 학부모님들 사이에 우리 엄마가 안 보여, 분명히 온다고 했는데, 우리 엄마 아직 안 왔는데 내 발표 차례잖아, 수많은 눈들 속에서 그만 울음부터 터져 나왔어.


<예림이 엄마 이야기>

2교시에 공개수업이랬는데 그게 몇 시 몇 분이지? 화장하고 옷 입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조금 늦어도 괜찮겠지?

으악, 벌써 이렇게 다들 와있었어! 우리 예림이 어디 있지? 아고, 울었네. 늦지 말 걸, 미안해서 어떡하지.


<예림이 담임샘 이야기>

고학년만 내리 하다가 2학년은 처음인데, 참관수업에 학부모가 애들보다 더 많네! 악, 떨린다. 아니지, 그래도 학부모는 자기 애만 본다지, 괜찮아, 괜찮아.

근데 금쪽이가 오늘 너무 잘하잖아? 억울한데...

"앗, 예림아, 왜 우니? 엄마가 안 오셨다고? 못 오실 수도 있지, 괜찮아.

아? 오시기로 했는데 안 오셨다고? 늦으시나 보다. 예림이 조금 기다렸다가 발표할래? 그래, 그러자. 다음 친구가 먼저 발표할게요."


<초등 학부모가 된 김선생 이야기>

내가 학부모라니! 근데 코로낫!

공개수업을 안 하네, 2학년이 지나도록 안 했네.

우리 애 수업도 못 보지만, 나도 공개수업을 안 했네, 오호?

ㆍㆍㆍㆍㆍ

3학년이 되어 첫 교실 공개수업이다.

근데 엄마, 아빠 수업은 어쩌고 간대?

올해는 내가 수업을 두 시간만 조정해서 외출 쓰고 후다닥 다녀와야지. 내년엔 아빠다.

첫째랑 둘째 공개 시간이 같아서 왔다 갔다 하며 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고, 선생님께서 공개수업 준비한다고 고생하셨네. 근데 진짜 내 애만 보이네.

종 쳤다, 이제 나의 학생들을 보러 학교로 복귀!


어라? 다은이 엄마가 카톡을? 우리 둘째가 담임샘과 사진을?

뭐라고요? 수업 끝나고 포토 타임이 있었는데 엄마가 가버려서 담임샘께서 같이 찍어주셨다고요? 그래도 우리 둘째 안 울고 씩씩하네!

담부턴 쉬는 시간까지 있다가 와야겠구나!


<중앙현관에서 마주친 친구(같은 학부모) 이야기>

친구: 오늘 공개수업 오느라 너무 힘들었어. 대체인력을 구해놓고 와야 되는데 조건에 맞게 구하라고 하니 사람이 있어야지. 결국 조건 안 맞아도 한 명 채워놓고 왔어. 안 오면 우리 애들은 뭐라 하지, 근무 빼는 건 너무 힘들지, 공개수업 좀 그만하면 좋겠다.

김선생: 진짜? 공개수업 없어도 안 서운하겠어?

친구: 안 서운해. 나야 안 서운한데, 공개수업한다 하면 와야지. 다들 이렇게 오는데, 엄마아빠 안 오면 우리 애 어쩌라고. 그래서 오는 학부모들 많을 거야. 애 수업하는 거 보면 좋긴 한데, 안 봐도 괜찮다. 잘할 건데, 뭘.


학교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되게 생활하는 공간이다. 내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한 게 부모 마음.

평소 아이의 학교 생활은 아이와의 대화, 학부모 상담, 학급 알림장과 사진첩을 동원해서 엿볼 수가 있다. 그래도 한 번쯤 교실에서 아이가 배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를 채워줄 기회가 바로 학부모 공개수업이다.

비록 평소 같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교실 풍경, 아이의 담임선생님, 친구들을 보는 게 반갑다. 게다가 공개수업 중 틈틈이 엄마를 돌아보며 눈만 마주쳐도 씨익 웃는 아이의 모습이 애틋하다.

첫째는 어린이집 참관수업에 부모가 오지 않아도 서운하단 기색을 하지 않던 아이였다. 참관수업에 오는 엄마를 6학년이 되어서도 이렇게 반겨주는 걸 보니 예전에 못 가준 게 미안할 지경이다.


시대가 변한 건지, 학구의 차이인지 15년 전 내가 6학년 담임을 할 때보다 요즘의 학부모 공개수업 참석율이 월등히 높다. 원래 저학년일수록 참석율이 높고, 고학년이 될수록 참석율이 낮아지는데, 내가 본 바로는 요즘엔 고학년 학부모도 여전히 많이 참석하는 분위기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남들이 가니깐 나만 안 갈 수가 없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고, 한두 자녀 가정이 많아서 그런 것도 같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학생 중심 활동이 많다. 준비 없이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비슷한 형태의 수업으로 익숙해진 후 계획에 따라 해당수업을 진행한다. 교사의 욕심대로 흘러가기보다는 공개수업일까지 교사와 학생이 쌓아온 유대감과 교실의 질서가 반영되어 수업에 보여진다.

아이들도 평소보다 긴장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를 쓰며,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나면 교사보다도 더 뿌듯해하곤 한다.


공개수업이 일회성의 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지나고 나면 다시 일상인 것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해도 무관하다.

공개수업으로 기쁨을 얻는 사람들이 많지만, 불편과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다. 보호자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본인의 가정환경이 그렇지 못할 때 어린 마음이 받는 소외감은 누가 안아줄 수 있을지. 공개수업의 득과 실에서 소수의 실이 크다는 이유로 공개 수업을 없애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어본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집에서 충분히 주면 된다. 부모의 참석여부로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부모님이 안 와서 민망해하고 안쓰럽단 눈길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석해서 내 아이의 교실 생활을 볼 수 있어서 기뻤던 엄마로서, 공개수업이 실시되는 한 난 참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외되는 소수를 위해 공개수업이 없어진다면 그 또한 기꺼이 반길 것이다.


그나저나 중학교도 학부모 공개수업을 한다는데 거긴 여전히 학부모들이 안 오는 분위기겠지? 가면 아들이 모른 척할까 봐 기꺼이 같이 안 가기로 해야겠다.


ps.2025.11.04.저녁, 이 글을 읽었다는 큰 아들이 다정하게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 공개수업 와도 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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