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사, 그 부모 이야기

용가리 김선생

by silvergenuine

어느 날 유튜브 자녀교육 컨텐츠 영상을 보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들이 씁쓸했다.


re: 학부모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이 "00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고 영재성이 보이니 어떤어떤 학원을 알아보고 보내보세요." 하고 학원 안내를 해주더라구요. 교사가 학원 보내라고 부추기는 게 요즘 공교육의 현실입니다.


re: 아는 지인이 초등학교 교사인데 학부모가 아이 공부는 학원에서 알아서 시킬테니 선생님은 보육에만 신경써달라고 했다네요. 이래가지고 학교에서 무슨 교육을 할 수 있겠어요.


학원에 보내라는 교사학원에서 공부하면 된다는 학부모나 공교육을 망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공교육은 공교육의 역할이 있고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역할이 있다.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방과후 강좌가 개설되어 있지만 사설 학원에 비하면 주당 수업 시간이 부족하기에 심화교육을 받기 위해서 학교 밖 사교육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교과학습의 경우에도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학원을 이용하고 있다.

입시제도와 불안, 선행 학습 같은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꼬리를 물지만 이 글에서는 밀쳐두어야겠다.

학교는 무작위로 섞여있는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에게 학년 평균 수준에 맞춘 교육과정을 꾸준히 교육해나간다. 일과수업 중에 영재 또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수업을 온전히 제공할 수가 없기에 이들을 공교육 안에서 품어보고자 영재교육, 두드림 수업, 채움교사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교사 이야기

그런데 이런 정책을 밀쳐두고 아이가 우수하니 학원에 보내라고 말하는 교사라니, 같은 교사로서 부끄럽고 민망하다.

교사 스스로 공교육 종사자로서 의식이 있다면 '과학에 소질이 있으니 이런저런 학원에 보내시라'고 할 게 아니었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모집에 대해 안내해주며 기회가 되면 지원해보시라고 했다면 적절했을 것이다. 본인이 자녀를 심화학원에 보냈더라도 학부모 앞에서는 그 입 좀 다물었으면 안 되었을까. 그런 학원이 필요한 학부모라면 어련히 알아서 정보를 구할텐데, 학교 선생에게 학원 소개를 받은 학부모가 얼마나 황당하고 한심했기에 그 경험담을 유튜브 댓글에 남기고 다니겠느냔 말이다.

"아이고, 먼저 자식을 키워보신 선생님이 알려주신 학원 정보가 정말 유용하고 감사했어요. 역시 선생님이라 아이에게 필요한 학원도 잘 찾아내시네요!" 하고 감사한 마음일 줄 아신걸까.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교사 스스로 깎아내리는 언행이 낯뜨겁다.

교사 중에도 자녀의 교과교육을 위해 학원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학급의 학부모에게 특정학원을 추천하는 교사는 드물다.

교사에 대한 성직관은 빛바랜지 오래다. 그래도, 아무리 본인에게 학교가 그냥 직장이더라도 적어도 공교육 종사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교육을 지키려는 마음 지녀주면 좋겠다. 그 마음과 태도가 전해질 때 학부모도 공교육에 신뢰를 가지고 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모 이야기

"공부는 학원에서 시킬테니 선생님은 보육에만 신경써주세요."

무례함이 선을 넘는다. 개념도 없다. 어이가 없다.

속마음 사이다를 시전하고 싶다.

'얼마나 대단한 학원에 보내길래 교사에게 공부는 배울 게 없다는 믿음이 생기셨나요? 학교 수업시간에 교사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가 학원 수업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공부에 대한 태도는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보육 아니고요, '생활지도'라고 부릅니다. 보육은 유아까지 쓰는 말이죠. 기본생활습관은 가정과 취학전 교육기관에서 보육을 통해 익혀오는 것입니다. 설마 아이가 아직 유치원 성취수준 미도달이라 보육을 부탁하신 건 아니겠지요?

초중고의 생활지도는 아이가 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입니다. 보호자분께서 말씀 안하셔도 생활지도는 학교교육에서 필수요소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보호자분도 성장과정에 맞는 개념과 어휘를 사용해주세요. 그래야 아이가 그에 맞게 성장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수업시간입니다. 그런데 공부는 학원에서 하면 된다? 그럼 아이는 수업 시간에 무얼 합니까? 아, 학원 숙제하느라 모자랐던 잠을 자게 놔두라구요?

'넌 학원 진도 맞춰서 숙제 똑바로 하고 레벨테스트 잘 통과하면 돼. 학교 공부는 쉬엄쉬엄 해. 학교는 출석 일수 때문에 가는 거지, 수업은 들을 것도 없잖아' 와 같은 메세지를 아이에게 전달하신 건가요? 왜 하루의 4분의 1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시나요?

자기가 있는 장소와 시간, 주어진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해도 해냅니다. 제발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주세요.'


댓글에서 봤던 사례는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통해 배우고 성장함을 믿으며 교과학원을 다니더라도 학교생활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기본임을 가르친다.


기본이 중요하다.

불현듯 나에게도 있었던 허탈한 기억이 떠오른다.

한 학생이 가족사진을 찍어야한다며 오전 수업에 조퇴를 해야한다고 했다.

"수업 마치고 오후에 가지 않고 왜 오전에 찍어?"

"할머니가 학원 수업 빠지지 말라고 했어요."

"학교수업은 빠지고 학원은 가야한다고 했다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였다. 옛날 어른이라 학교수업을 더 중시할거라 여겼던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재차 확인한 결과, 돈 내고 다니는 학원에 빠지지 않으려고 학교 수업을 빼려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반에서 제일 느린 학습자였던 아이인데, 학교 수업을 바라보는 양육자의 태도가 아이의 수업 태도,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나의 좁은 경험으로는 지금껏 내 자녀들이 만난 선생님들은 본인의 소임을 다하셨고, 내 아이들은 예습에서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학교수업을 통해 마저 이해해오곤 했다.

학부모님들이 교사를 믿고 맡겨줄 때, 아이들도 수업에 더 집중한다. 수업 시간에 교사를 바라보며 교사의 말에 함께 생각하며 호흡하는 아이들이 학업성취도 당연히 우수하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생활 뿐 아니라 본인들의 삶 자체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간다.


뭣이 중헌디.

공교육을 지키라고 하면서.

교사는 교사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학교 잘 다녀오라고

등 토닥여주면

아이는 그 사이에서 어련히 잘 자랄 수 있다.

그게 공교육을 지키는 작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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