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중 인스타 단뎀을 아시나요

by silvergenuine

초등학교가 집 근처 배정을 우선으로 하여 6학년 졸업 때까지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날이었던 것에 반해 중학교는 학구가 넓어지고 다양한 초등학교 출신의 아이들이 한 중학교에 모인다. 올해 중1인 지인 딸의 말을 빌리면 '별의별 인간이 다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도 분명 같은 아이들이었는데 중학교 가서 뭐가 달라졌길래 갑자기 별의별 인간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무래도 초등학교 때는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상주하기 때문에 통제되어 왔던 아이들의 행동이 담임이 상주하지 않는 중학교 교실에서 방출이 되면서 그 경계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전두엽 미완성에 편도체는 활성화된 중학생들의 집합이니 그 관계가 얼마나 다사다난하고 힘들까.


익숙했던 초등학교를 벗어나 낯선 세계로 발을 내딛는 예비 중학생들 사이에 요즘 인스타 단뎀(인스타그램 Direct Message )을 만들어 미리 친교를 쌓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때는 잘만 사용하던 카카오톡을 청소년이 되면서 '의무적이고 공식적인' 연락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친구 사이에는 인스타그램 DM을 사용하는 것을 더 힙하고 트렌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에 카카오단톡방이 아닌 인스타단뎀을 통해 보호자들 눈에 덜 띄는 자기들만의 소통장을 만들고 싶어 한다.


보통 1월에 중학교 배정 발표가 난 후, 소위 좀 까진... 아니, 남들보다 트렌드에 앞서가는 아이가 같은 중학교에 갈 친구들과 인스타단뎀을 만들고 여기에 학원 등에서 만난 이웃초등학교의 아는 예비중학생 동기까지 파도타기처럼 초대하며 범초등학교 단뎀방을 형성한다.

중학교 입학 전의 불안감을 달래고 미리 친교를 형성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마음일 것이다. 지인을 통해 예비중학교의 단뎀초대를 받으면 수락을 할지 거절을 할지 많은 고민이 될 텐데, 자기만 소외될 수 없다는 마음에 수락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단뎀 문화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입학 전부터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입학 전 따돌림 발생

특정 학생을 단톡방에서 배제하거나, 비방하는 행위가 발생하여 입학 전부터 소외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개인정보 노출

얼굴, 개인사 등의 정보가 쉽게 노출되어 입학 후 관계가 형성될 때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사례>

6학년 담임을 하는 지인의 학교에서도 중학교 배정 발표가 난 뒤 인스타 단뎀으로 학폭 사안이 발생한 적이 있다.

별의별 학생인 의별이(가명)는 6학년 때부터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집에서 아빠 담배를 공수해 온 친구 애연(愛煙)이(역시 가명)와 멋들어지게 담배 피우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들통이 나서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둘은 그 뒤로도 우정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후 같은 여중학교에 배정을 받게 되었다.

인스타 단뎀의 시작과 배제

의별이가 주도하여 인근학교 예비중학생들까지 30명 가량이 모인 인스타 단뎀방을 만들었는데, 이를 애연이 몰래 진행하고 애연이는 초대하지 않았다.

의도적 비방하기

그리고는 그 단뎀방에서 00초 출신의 애연이라는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고 언급했다. 얼떨결에 단뎀에 초대받아 들어온 대다수의 여학생들은 침묵을 택하고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너 명의 아이들이 호응을 하며 애연이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개인정보 노출

의별이는 기다렸다는 듯 애연이의 얼굴 사진을 단뎀방에 올렸고 그 서너 명의 아이들은 애연이의 얼굴을 평가하며 험담을 주고받았다.

학교 폭력 지도

같은 단뎀방에 있던 애연이의 친구가 애연이에게 캡쳐화면을 보여주며 상황을 전달했고 애연이는 학교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애연이의 보호자는 펄쩍 뛰며 진상파악과 관련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단뎀방은 폭파되고 직접적 발언을 한 아이들은 사과를 했다. 학교에서는 단뎀방에서 침묵했던 인근학교 학생들의 명단까지 모두 작성하여 '단뎀방에서 보고 들은 것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주어야 했다. 가뜩이나 바쁜 학년말에 각 학교의 담임선생님과 학폭업무 담당자들이 고오오생을 했다.

애연이의 등교 거부

애연이의 부모는 가해학생들과의 분리를 이유로 졸업식까지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했고 학교에서는 이를 승인했다.

반전

애연이와 달리 학교에 등교하던 의별이는 어느 날 공황이 왔다며 조퇴를 요구했고 담임은 보호자와 연락하여 조퇴를 시켜주었다. 그렇게 교실을 벗어난 의별이는 집으로 가지 않고 은밀히 애연이를 만나 둘이 맛있게 담배를 피웠다. 그냥 피웠으면 누가 알았을까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또 인스타에 올리고 만 것이다.

허탈

도대체 그동안의 학폭 지도며 각서 따위는 다 무슨 의미였던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이제 애연이의 부모는 연초보다는 차라리 전자담배가 낫다며 전자담배를 직접 사주신다. 더 이상 딱히 피해학생의 모습이 아니게 된 애연이는 결국 졸업식에도 불참하고 말았다. 졸업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졸업식조차 함께 하지 못한 그 아이의 열세 살이 안타깝다.


이들에게 인스타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증거 없이 말만 남아 지나가는 바람처럼 성장통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선명한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그래도 부디 언젠가 전두엽이 완성되어 가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었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때가 그 아이들에게도 올 거라고 믿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예비 중학생 인스타 단뎀 초대를 받았다면, 아이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참여하거나 거절하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한 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지인의 딸은 다른 중학교 배정이었는데 그 학교도 중입을 앞두고 단뎀이 생겼고 아이도 초대를 받았었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에게 상의를 했고, 3월 입학식 후 직접 만나 친교를 쌓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뎀 초대는 조용히 거절했다. 아이가 원래 SNS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 것에 미련이 없었고, 3월 입학 후에도 전혀 단뎀 거절에 따른 불이익은 없었다.


<상황별 대응 가이드라인>

1. 긍정적 참여를 고려할 때

자녀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사교적인 성향이라면 다음과 같이 참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잠시 관찰하기: 바로 활발하게 참여하기보다, 며칠 동안 방의 분위기, 대화 주제, 구성원들의 성향을 조용히 지켜본다. 방의 분위기가 건전하고 학교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라면 참여해도 좋다.

이때 개인 사진, 가정사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긍정적인 참여자 역할: 만약 단뎀에 부정적인 대화나 특정인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긍정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거나 조용히 대화 흐름을 바꾸도록 지도한다. 그런 시도가 어렵다면 침묵하거나 단뎀방을 나오도록 한다. 알림 없이 나가기가 가능하나 혹시 누군가 인지하고 다시 초대한다면 '나중에 학교 가서 직접 만나서 친해지고 싶다'와 같은 이유를 밝힌다.


2. 참여가 망설여지거나 거절하고 싶을 때

온라인 친목 활동을 원하지 않는 경우나 단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거절하는 게 상책이다.

-솔직하지만 가벼운 거절: "중학교 가서 직접 만나서 친해지고 싶어.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와 같이 부드럽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거절 의사를 밝힌다.

-'읽지 않음' 상태 유지: 거절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나가는 방법도 있다. 만약 상대방이 답장을 재촉한다면 위에 제시한 것처럼 솔직하게 거절할 필요가 있다.


입학 전 형성된 온라인 친목이 중학교 생활을 결정짓지 않음을 알고 가볍게 넘겼으면 한다.

예비중 단뎀에서 활발하다고 해서 학교에서 리더가 되거나 인기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실제 학교생활은 오프라인에서의 대인 관계와 학습활동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입학 전 온라인 친목에 신경 쓰기보다는 독서, 운동 등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인 학교 적응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이 변했어도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는 여전히 마주하는 눈빛 속에 있다. 날고 기는 SNS가 있을지라도 실제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3월 첫 만남의 낯섦과 설렘을 기꺼이 남겨두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2026.2.23.)

첫째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어요. 1월 초중순에 중학교 배정결과가 나왔고 우리 아들에게도 인스타 단뎀 초대가 있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원인을 추리해봅니다.

첫째, 인스타 단뎀 문화가 올해는 한풀 꺾였다?

주변에 아는 예비중 지인들이 딱히 이야기해주지 않으니 알 길이 없네요.

둘째, 우리 아들 빼고 하는 애들은 한다?

인스타단뎀 문화가 아무래도 여학생들에게 더 많은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이 태권도, 수영 말고는 사교육을 받지 않으니 인스타 단뎀 초대가 학원 지인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이런 문화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추리해봅니다. 오히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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