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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Jun 14. 2023

몰래하는 맛

하루 행복 채집 일기 - 3일 차

'Guilty Pleasure'. 터부(Taboo) 시 하는 것을 깨뜨렸을 때 동시에 느끼는 죄책감과 쾌감이랄까.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당장 회사에서 업무 중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맛만 보는 정도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오늘 그랬다.




"내일부터 잘 좀 부탁해요!"


사무실에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꽤나 길게. 한 동안은 혼자서 지낼 터였다. 뭔가 풀어지는 이 느낌. 물론, 나를 비추는 CCTV가 버젓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지만 (방범용이라지만 믿지 않는다.) 움직이는 생명체가 오직 나 혼자라는 것은 꽤나 신선했다. 그리고 약간은 흥분되었다.


그래, 달라지는 건 딱히 없다. 밀려있는 서류를 책상 앞에 앉아서 쳐내야 하는 건 변함없으니까. 하지만 뭔가 각 잡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위해 고개를 처박고 펜을 휘갈기거나 키보드를 세차게 두드리는, 그런 '척'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기에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덧붙여 평소에는 쉽게 하지 못한 것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당당하게 PC카톡창을 모니터 화면 위에 띄운다. 그리고 생전 안 보던 인터넷 뉴스 게시물도 눌러본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의자를 뒤로 최대한 젖힌 채 앉아보기도 한다. 기지개를 켜며 짧고 굵게 신음을 내뱉는데 순간 아차하는 생각에 양 옆을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이게 자유인가. 뭔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겁쟁이라서 딱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혹시나 누가 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다.


솔직히 Guilty Pleasure라고 하기엔 강도가 너무 약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 기분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단어를 찾다 보니 쓰게 되었다.  (참고로 사전에는 없는 단어라고 한다. 인터넷 신조어 인 것 같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지금 꽤나 행복하다는 거다.


오늘 행복 채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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