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방금도 그랬다. 가끔 컴퓨터 오류로 작성하던 문서가 날아가버릴 때가 많은데, 미쳐 저장하지 못해 온종일 시간을 쏟아내었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무 당황하면 웃음이라도 나오는 법인데 그 조차 없었다. 그냥 꽉 막힌 사무실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천만다행인 것이 나에게는 아지트가 한 곳 있다. 회사 옥상 한편에 높게 쌓인 콘크리트 벽 위로 트인 하늘은 바라볼 수 있는 그곳. 유일하게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거기서 다시 시작한다.
"완전 싹 날아간 것도 아닌데 뭐."
한 마디 툭 던지며 하늘을 쳐다보면, 사실 이게 뭐 별거 인가 싶다. 이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뱉으면 기분이 금세 나아진다.
1평 남짓한 장소가 잠시동안 날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게 또 순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