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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정 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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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Nov 21. 2023

감정 복기를 위한 머리글

 옆을 돌아봤을 때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홀로 그 위를 표류했다. 힘겨웠지만 마치 승리자 같았다.

 '난 달라. 결코 슬프지만 울지 않아.'

수련회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때, 슬픔으로 가라앉지 않았던 무용담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아니, 거기서 울지도 않던 애도 있던데 너무 한 거 아냐?"

 "정말? 누군데 누구!"

 순간 내가 잘 못 된 거라고 느껴졌다.


감정을 감추는 것. 그것이 내게는 일찍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 걸까. 어려서부터 주변에서는 얌전하다, 착하다는 말과 함께 어른스럽다고 덕담했다. 그때마다 항상 무덤덤하게 고개를 숙이며 곧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를 적당히 감추고 가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다. 그럴수록 얼굴은 굳어져만 갔다.


숨겨야만 하는 것들 중 제일은 분노였다. 평소 착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내게 반대되는 이 의미는 죄악 그 자체였다. 그저 억눌렀다. 다른 감정으로 승화시킨 것도 아니었기에 꾹꾹 담은 분노는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퍽-

 "좀 말 좀 들어라고!"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중이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의견이 맞지 않아서였다. 나도 모르게 올라간 손과 호통은 지금까지도 왜 그렇게까지 했었나 후회가 된다. 하필이면 폭력까지 쓰면서. 이후로도 종종 튀어나왔다.


한날은 중학교 서 함께 팀이 된 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일진들이었고, 나 홀로 과제를 해야만 했다. 그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고 분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아이러니하게도 집에서 터지고 말았다. 부모님이 전부 계시는 앞에서 바닥에 누워 데굴데굴 구르며 대성통곡을 했다. 꺽꺽거리며 울던 소리는 목이 쉴 때까지 계속 됐었다. 그 정도였을까 과연.

초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감정을 마주하는 법을 아예 몰랐던 거다.


30살이 넘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원초적으로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바보상자 같은 스마트폰에서 감정을 잊을 수 있는 영상 따위를 본다거나 게임을 하는 게 전부일뿐.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마치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확히는 상황에 맞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맞겠지.


 그래서 당분간 나의 감정에 대해서 되짚어 보려 한다. 하루동안 과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혹은 어떤 감정이 있어야 했는지. 얽힌 실타래를 조금이나마 풀어나가고 싶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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