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shame

 극 I 성향에게는 '부끄러움'은 디폴트 값이다. 나서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만 맴도는. 보통은 수줍고, 부자연스러움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내겐 조금 다른 의미였다.

"부끄럽다"

「형용사」
【…이】【 -기가】
「1」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2」 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다.

 '혹시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래. 그냥 가만히 있자.'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항상 드는 생각이었다.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일부터 떠올리며 주저했다. 실은 이건 양반이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이라면 발표 공포증은 있었을 테니. 그런데 나는 한 술 더 떴다. 

 '괜히 이야기해 봤자 관심도 없을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냥 가만히 있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말을 걸지 않는 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두 명도 아닌 여러 사람이 과연 귀 기울여줄까 하는 생각. 어릴 적부터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탓에 쉽사리 입을 열기가 어렵다.

부끄러웠다. 내가 혹여나 타인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작아지는 것이 일상으로 굳혀졌다. 사실 가장 문제는 이 것이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는 시선(아니, 이 또한 나의 착각일지도)과 자기 합리화가 더해져 소위 '착한 사람'이 된다고 믿는 거다. 

'내가 잘못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어차피 안될지도 모르니까'

스스로를 좀 먹는 생각으로 남을 대하다 보면

'어? 내가 조금 양보하니 좋아해 주네'

'어? 내가 희생하니 고마워하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일에 부끄러움을 가졌을 때 타인이 잘해준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나름의 관계법이라 믿으며. 

나이가 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치이며 결국 알게 되었다. 진짜 부끄러워할 점은 바로 망상 속에 있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나에게 한 없이 부끄럽다. 

#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