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보통은 여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지만 이번 주는 각자 선약이 있어서 따로 보내기로 한다. 그렇다고 뭐 알찬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토요일 아침 치과진료가 잡혀 있고 그 이후엔 끝. 밖도 춥다 보니 집에서 쉰다.
'뭐 하지?'
생각해 보니 근래에 나 홀로 주말을 보낸 적이 드물었다. 2주 전만 해도 회사에 출근한다고 정신없었으니. 익숙지 않아서일까. 정말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일단 독서모임에서 읽기 시작한 에리히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펼쳐본다. 한 장을 고작 넘겼으려나. 이내 고개를 연신 꾸벅이며 책을 덮어버린다. 내용이 난해하다는 핑계와 함께 기지개를 쭉 켜어본다. 뭘 해야 할까?
그냥 다시 누워도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만 바라본다. 10초 정도가 최대였다. 자연스레 머리맡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어느새 유튜브를 보고 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2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래서 뇌가 스펀지가 된다는 거구나.'
구멍이 숭숭 뚫리는 거 같았다. 더 이상은 안된다며 청소기를 들고서 방을 정리해 본다. 30분. 나름 알차게 시간을 때웠다.
시간을 때웠다니. 어찌 보면 그토록 기다리던 주말인데 그저 아무렇게 흘러가기를 바랐다. 한심했다. 어제 퇴근 직전만 해도
'그래. 다 잊고, 주말만 생각하자. 이제 쉴 수 있어.'
자기 암시와 함께 지친 하루를 버텨냈는데. 막상 코 앞에 다가오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목적이 없어서일까? 그저 휴식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뿐, 정작 뭘 할지는 생각하지도 않고서 말이다. 마치 고등학교 때 수능만 치면 전부 끝날 것처럼, 군에서 전역만 하면 다 끝난 것 마냥 '그날'만 기다리는.
이렇게 살다 보면 겨우 행복한 순간은 그날이 오기 직전뿐이다. 그전까지는 오지 않는 미래만 바라는 탓에 하염없이 힘들고 이후에는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 공허하다. 또 다른 '그날'을 기다리는 게 싫어서 피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아니면 뭔가 대단한 기대를 한 걸까? 분명 손꼽아 기다린 날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어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기대만 했을 뿐 채울 노력은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정확하려나.
이런저런 잡념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다 보니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다. 이렇게 아무런 소득 없이 하루를 끝낼 순 없다 생각하여 글이라도 생산해 보지만 찝찝함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