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다 잘라도 충분히 괜찮은 한마디
하루행복채집 2일 차
"저 봐라, 시장은 일자리 만든다고 저리 뛰어다닌단다. 근데 진짜 자리 구할라는 사람은 침대에 누워만 있네~"
또 잔소리다. 작년부터 '이직'을 입에 달고 다니며 온갖 힘든 티는 다 냈을 뿐, 정작 아무것도 안 하는 내게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오늘은 진짜 아파서 누워있는 건데...'
공교롭게도 어제부터 몹쓸 감기 덕택에 오한으로 이불을 감싸고 있었다. 사실, 이틀에 한번 꼴로 들려오는 소리였기에 이미 한 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눈을 감게 된다면 저 잔소리 마저 그립지 않을까. 혹여나 내가 아니더라도 어머니가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다면? 애꿎은 상상에 가슴이 저릿해진다.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순간이기에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다가올 슬픔의 크기를 재어 본다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했다. 몸이 지쳐서 마음도 쉽게 지쳐 예민해진 걸까.
이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흐려진 초점을 바로 잡았다.
침대에서 벗어나 물 한잔 먹으며 뒤짚혀 버린 머릿속을 정리해 가니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주어진 오늘에 감사할 것.
흔하게 지나치는 잔소리마저도 내일이 되면 다시 듣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물론, 듣고서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마저도 아쉬워할 존재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마시던 물컵을 씻고서 방으로 돌아가는 길,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어머니께 향했다. 그리고 멋쩍게 말을 걸며 말미에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밑도 끝도 없었지만 꼭 입으로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글로도 한 번 더 남겨본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