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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7시간전

아토피, 길고 긴 투병일기

전쟁 발발

오랜만에 브런치 로그인해서 겨우 쓴다는 글이 아토피 투병일기라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찬다.

하지만 블로그나 다른 창구로 쓸만한 SNS를 하고 있지 않기에 브런치에 투병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태어나서부터 태열을 앓았던 나는, 언제나 아토피와 함께 했던 유년기를 보냈다.

엄마가 직접 기른 알로에를 잘라서 양쪽 팔에 붙여주기도 했고, 로션, 수건, 침구 같은 것들을

소소하게 신경 써주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불편하지 않게 살다가 중3에서 고등학생이 되던 겨울방학, 갑작스럽게 얼굴에 아토피가 번졌다.

20살 때는 온도알레르기가 생겼고 (학업을 중단할 만큼 심각했다.)

26살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얻었다. 이것들은 죄다 '자가면역질환'이었다.

(기타 잡 지병으로는 심한 저혈압, 부정맥, 공황장애, 변비 등이 있다.ㅋ)


그렇게 내 삶을 매번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자가면역질환 중 제일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이 아토피는

결혼 무렵 다시 재발하여 현재까지 나를 '확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정도로 괴롭혀대고 있다.


치료 방법이니 뭐니 다 집어치우고, 이 병을 앓으면서 내가 느끼는 고통, 좌절, 괴로움에 대해 하소연하자면

아토피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이 맞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죽음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에 병변이 생기는 것이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망가져버린 자가면역체계가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기에 어떻게 교정하고 이겨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피부병(이라 쓰고 자가면역질환자라 읽는) 환우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막막함.

끝이 없는 싸움.


이 지긋지긋한 질병을 오래 앓다 보면 트라우마가 생긴다.

이유 없이 심해진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확 호전되기도 하는데

짧은 호전기에 비해 지나치게 긴 악화기가 시작되면 우울증도 같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거의 공황발작이 온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부위에 발진이 생기거나 간지러운 느낌이 들면

심장이 쿵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다.

언제나 중증도가 되기 전 시작이 그랬기 때문이다.


어제는 유서를 썼다.

네이버에 번개탄을 사용하는 법을 찾아봤다.

미친 짓인걸 알면서도 최후의 보험으로 그러고 싶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법과 가진 자원을 동원해 치료를 시작해 본다.

3개월,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3개월 시한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안에 내가 죽든 살든 이제는 이 전쟁을 그만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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