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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Dec 21. 2021

진짜 '나'는 누구일까?

안녕하세요, 저는...

"안녕하세요, ㅇㅇㅇ입니다."


자기소개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이름을 말한다. 좀 더 소개하고자 하면 나이 정도의 정보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엔 어디에 살고, 어떤 직업을 가졌고, 가족관계는 어떠하고, 취미는 이러하다는 정도의 내용.

이런 소개를 듣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대충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틀이 과연 한 사람을 대변하는 전부일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드러나고 보이는 정보들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살아온 삶에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있고, 그 발자국 가운데는 망설임의 흔적도 많았다. 또한 계획했던 길로만 가지지도 않았다. 계획하고 노력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찾아온 기회들,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깊은 고민들, 그 가운데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견뎌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살아남아 나만의 발자국을 오늘도 찍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상태로 표면적인 정보 몇 가지로 나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짧게 소개하는 것이 어렵다. 그건 진짜 내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들에게 설명하고 싶은 진짜 '나'는 누구일까?

'무용을 전공한 나'가 아니라 '무용을 사랑한 나'

'투병으로 진로를 변경해야 했던 나'가 아니라 '그렇게 고통스럽게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나'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이 아니라 '그런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한 나'

'매일매일 우울한 나'가 아니라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나'

'이것저것 잘하는 다재다능한 나'가 아니라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나'

'원하는 길로만 오지 못했던 인생'이 아니라 '인생의 변수를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온 나'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한 번 마음이 간 것은 아주 깊이 파헤치는 기질이 있고, 마음이 아주 감성적이지만 행동은 논리와 이성을 따르는 게 맞다고 믿는 나. 잔재주가 많지만 특출 나게 뛰어난 것은 딱히 없는 것 같고, 언제나 특별한 하루를 원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반복돼서 가끔 지루한 나. 작은 것에 아주 행복해 하지만 또 작은 것에 끊임없이 불안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나.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에도 이런 시각으로 본다. 빽빽하게 채워진 화려한 이력이나 혹은 한 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이력. 그 안에 감춰진 진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름과 나이, 직업과 거주지가 아닌 진짜 '나'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까? 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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