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렸다....

by 박규동

3년 전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렸을 때, 친구들은 나 대신 장을 보고 집 문 앞에 음식을 쌓아 두었다.


지난 일요일부터 아프더니 오늘 토요일이 되어서야 이제 좀 살 것 같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서 코로나 검사를 했더니 두줄이 나왔다. 임신한 기분이다.


월, 화, 수는 허리도 너무 아프고 정신이 없었다.


너무 어지러워서 헛소리를 많이 했는데, 문자를 받았던 친구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고 말한다.


정신이 돌아온 상태에서 친구에게 보낸 문자를 보니, 내가 뭔 소리를 한 건지 나도 알 수 없다.


'축구감독 최강희가 4차원인데 어떻게 감독을 할 수 있지. 코치진이 포메이션 물어봐도 공이란 무엇일까 사색에 빠져 있을 텐데.'


등의 헛소리를 많이 보냈다.


헬스 가고 싶다.


일주일간 운동을 안 했더니 몸이 젤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젤리인간의 최후.


그러나 고작 일주일 안 했다고 젤리가 된 것은 아니겠지.


나는 원래 젤리였던 것이겠지.


이제는 근육통도, 어지러움도, 인후통도 없는데...

기침 가래는 아주 아주 조금 남았지만...


헬스 가면 안 되겠지...


나는 에세이에 재능이 있던 게 아닐까


코로나에 걸린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고, 월 1억씩 벌 수 있습니다...


코로나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코로나 오는 액체들이 많아진다...


나는 원래 나노 플랜맨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그날 입을 옷을 정리하고, 그날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대충 세운다.


그러나 코로나에 걸리니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쩌면 인생은 장엄한 목표와 꿈을 삼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충 생존만 하고 바다 위 표류하는 오징어처럼 떠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역시 코로나는 에세이라는 바이러스를 싣고 나에게 온 듯하다.


아, 헬스 가고 싶다.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느냐와 다르지 않다.


즉, 나는 헬스 가서 레그 프레스 할 힘이 있지만, 나의 신체에 남은 코로나가 남들에게 전염될까 봐.


그게 걱정돼서 아직 가지 못하고 있다.


모두를 부처님을 모시듯이 대하는 것이 부처님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모두에게 코로나를 전파하면 나는 어느새 코로나 그 자체가 되어버릴지 몰라.


코로나와 싸우는 자는, 코로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냥 헬스 갈까?


고민이 된다.


우주가 지구처럼 유한한 공간이라면 서울에서 앞으로만 계속 걸어가면 다시 서울에 도착하듯


우주에서도 같은 자리에 도착할 것이다.


아 그러면 헬스 그냥 가면 안 되나?


우한 연구소의 작은 날갯짓이 미래의 나에게 헬스도 가지 못하는 영향을 끼치는구나.


인생 최초로 5일 연속 커피 안 먹기까지 성공했는데


운동도 하고 규칙적으로 살며 나는 건강한 줄 알았는데,


코로나 한 방에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면, 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개 좋은 빛살구가 되고 싶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헬스를 가셨을까?


보통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는데,


이건 그리 쉽지 않은 문제다.


나 어릴 때 사스 바이러스로 난리가 났었는데


코로나가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라고 들었다.


그때 사스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비 지원이 끊겼다. 사스가 충분히 나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 계속해서 연구를 지원했다면 오늘 내가 헬스 갈 수 있었을 텐데.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소를 충분히 잃지 않아서 뇌를 고치지 않았고,


20년이라는 세월 뒤, 나는 오늘 헬스에 갈 수 없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옳게 사는 법이고, 어떤 사람을 사귀어야 하고, 어떤 것을 배워야 하고, 이런 사람은 피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고, 다 좋지만


헬스 갈지 말지 투비 올 낫 투비이다.


나는 다 나았는데, 왜 갈 수 없는 건데?

왜냐면 다른 너에게 남은 바이러스를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수 있잖니

다른 사람 뭔 상관인데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일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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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는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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