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by 박규동

하루는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바닥이 굵고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어.


유리 아래로 내려다보니까 평면적인 더러운 도시가 펼쳐져 있었거든?


높이 때문에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보기 전 까지는.


그런데 고소 공포증이 작동하지 않더라. 도시가 발 밑에 깔려 있다고 해서 높은 건 아니었나 봐.


사실 발 밑의 세상이 나랑 뭔 상관이야. 그래서 계속 걸어갔는데, 아뿔싸!


바다가 펼쳐지는 거야. 신발과 양말이 젖을걸 걱정하고 발을 내디뎠는데 구름이었어.


별 일 없이 구름 위를 계속 걸었지?


정확히는 거울 위에 뿌려진 구름을 발로 차면서 걸었지.


거울이라고?


그러면 머리 위에 도시가 펼쳐졌을 텐데, 그런 이미지는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계속 구름 위를 걸었어.


걷다 보니까 빛이 필요하진 않을까? 질문을 누가 던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열고 어떤 여자가 입장했는데 그 여자의 등뒤에서 아주 밝은 빛이 났어.


향기가 흐르는 빛!


아주 강한 햇빛이 그 여자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거야.


황홀하다 보니까 도시 같은 건 생각도 나지 않더라.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둘러 쌓인 테이블을 보니까, 아 이제 나는 꿈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보았구나.


신비롭지.


그러나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노란 정장을 입은 남자의 머리는 컴퓨터 모니터로 만들어져 있었고, 모니터는 호수 위를 표류 중이었음.


호수 위의 하늘은 맑지 않았고 구름도 어두웠지만 석양은 은은하게 빛이 났음.


백조는 모니터 속의 남자를 구경하던 와중,


호수에 선인장도 있었다고 말했나?


아.........


깨어나야겠다.


얼른 밥 먹고 샤워하고 카페에 가서 글을 써야지.


아무튼, 인간한테서 그런 빛이 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 빛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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