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날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처음엔 가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굵어졌다.
저녁이 되자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남자는 퇴근이 늦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빗물이
옆으로 들이쳐 어깨와 소매가
이미 젖어 있었다.
대문 앞에 섰다.
잠깐 멈췄다.
괜히 손으로 머리를 털고
젖은 소매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의미 없는 동작이라는 걸
알면서도.
“띵동.”
익숙한 소리.
잠시 후,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조금 빨랐다.
끼익—
문이 열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넓게.
“… 많이 젖으셨네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순간 대답을 놓쳤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아… 예. 비가 좀…”
말끝이 흐려졌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문을 더 열었다.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세요.”
남자는 잠깐 멈췄다.
문턱 앞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우산 아래에서
둘은 비껴가듯 얼굴이
가까워졌다.
말 한마디 없이,
숨결만 스치는 입맞춤.
순간, 비 소리가 배경처럼
잔잔하게 들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남자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였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딸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 순간, 남자는 알았다.
문을 넘는 일,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일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그날 이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늘 아버지가 되었고,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3화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