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앞에서 2화

비가 오던 날

by 하얀 나비
Horseshoe Bay(말발굽 모양 해안 마을) bc ferry terminal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처음엔 가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굵어졌다.


저녁이 되자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남자는 퇴근이 늦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빗물이

옆으로 들이쳐 어깨와 소매가

이미 젖어 있었다.


대문 앞에 섰다.

잠깐 멈췄다.


괜히 손으로 머리를 털고

젖은 소매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의미 없는 동작이라는 걸

알면서도.


“띵동.”


익숙한 소리.

잠시 후,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조금 빨랐다.

끼익—

문이 열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넓게.


“… 많이 젖으셨네요.”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순간 대답을 놓쳤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아… 예. 비가 좀…”


말끝이 흐려졌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문을 더 열었다.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세요.”


남자는 잠깐 멈췄다.

문턱 앞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우산 아래에서

둘은 비껴가듯 얼굴이

가까워졌다.


말 한마디 없이,

숨결만 스치는 입맞춤.

순간, 비 소리가 배경처럼

잔잔하게 들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남자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였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딸과 남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 순간, 남자는 알았다.

문을 넘는 일,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일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그날 이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늘 아버지가 되었고,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3화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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