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앞에서 3화(최종화)

닫힐 듯 닫힐 듯 열린 문

by 하얀 나비
수국꽃색이 나오기전


그날 저녁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평소라면 라디오 소리나
부엌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그날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남자는 대문 앞에 섰다.
잠깐 안쪽을 바라봤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 기척은 없었다.

“띵동”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 오셨어요.”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기서.”

낮은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아버지였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이제 그녀가 아니었다.
늘 아버지였다.
말은 없었다.
그저 열고, 닫을 뿐.

남자는 문을 넘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말없이 눈빛만 주고받았다.
입맞춤의 여운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남자는 알았다.
이제는 이 공간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며칠 뒤,
남자는 짐을 쌌다.
많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와 같은 정도였다.

거실 쪽 문을 두드리니
아버지가 나왔다.

“저 나갑니다.”

남자가 말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남자는 문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그녀의 눈길을 느꼈고
뒤를 돌아볼 수도 있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단단하게.

—---@------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남자의 발길이
그 집 앞에 멈춰 서있었다.

대문도, 담장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리고
익숙하게,
벨을 누를 뻔했다.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천천히 손을 내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몇 발짝 걷다가
그는 돌아섰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될 것 같았다

“띵동”

잠시 후,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걸음.
아주 오래전,
매일 듣던 그 소리.
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시간이 흐른 만큼
조금은 달라져 있었지만,
그 눈빛은
그대로였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오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주 예전처럼.

남자는 잠깐 웃었다.
“다녀왔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이번에는
문이
더 넓게 열렸다.

남자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문턱을 넘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막지 않았다.

그날,
문은
오래도록 닫히지 않았다.



●□● "닫힌 문 앞에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닫힌 문 앞에서 포기하지 마시고 한두 번쯤 용기를 내어 다시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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