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되기 위해
비닐로 꽁꽁 싸매진
구멍가게 문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거 다 골라봐”
말하던 친척 오빠의 음성
주인에게도 낯선 귀한 손님
싸구려 불량식품 틈에서
머뭇거릴 때
가장 번듯한 초콜릿 상자를
몇 개 안겨주던 손길
구멍가게는 순식간에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내겐 산타였던 친척 오빠
그에게 새로운 짝이 생기던 날
선물 보따리는 주인이
바뀌어 떠나갔다
더 이상의 크리스마스는
없었지만
싱그러운 미소는 여전히
온기로 머문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
나의 산타 이젠 안녕
세월이 흘러 20년
내겐 또 다른 산타가 찾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선물했다.
고통의 계절 속에서도
두 명의 예쁜 아기를
내 품 안에 선물했다
산타의 선물 주머니 속에는
초콜릿 대신에
험난한 세상을 밝혀줄 등불과
가늠하기조차 힘든
헌신적인 마음이 들어 있었다
그는 진짜 산타가 되려나 보다
하얀 머리카락과
하얀 수염을 하나 둘 길게
모으기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