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물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흥얼흥얼 구성진 가락에
논물 소리 장단 맞추던 아버지
평생을 나무(목수)와
흙(농부)과 씨름하며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정직한 땀방울로 사셨다
자식 못 품은 본처의 눈물
가슴에 묻고 또 묻으며
부모님 말씀 거역 못 해
두 번째 부인을 들이던 날부터
내가 차마 짐작도 못 할 번민이
그 가슴속에 얼마나 많았을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동네 사람들 입 모아 말했듯이
때론 그림자처럼
때론 바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모든 걸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자리를 지키셨네
슬픈 여인들에 둘러싸여
상상도 못 할 그 삶의 무게
묵묵히 짊어지고
모진 세월을 허허허 헛웃음으로
눈물을 삼키시며 견디셨네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귀한
아들의 뒷모습을 눈물로 바라보던
늙은 노모가
늘 바람막이로 서 계셨음을
아버지는 알고나 계실까?
문득 막걸리 향기 코끝을 스치면
아버지 노랫소리 환청처럼 들려와
울컥, 가슴 한구석이 내려앉는다
아버지
비록 선산에 누워계셔도
씨앗 뿌리는 이 봄바람 속에
구성진 노랫소리
밴쿠버까지 날려보내 주시려나
혹여 새소리에 묻힐까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