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놓칠 뻔했다
고운 안개 걷히는 새벽 강,
어제와 다를 게 없는 강가
노를 천천히 젓는데
갈대 사이 어디선가
발소리 사뿐 들린다
하얀 저고리 자락이
물안개 속에서 스며 나오고
분홍치마 끝자락이
고운 선을 그리며
강바람에 일렁인다
손잡이 쥔 손이
괜스레 떨려오고
뱃머리 잡은 눈이
그쪽으로만 향한다
"건너주시오"
한 마디,
목소리도 가녀리고 고와라
숨이 막히고 목이 메어
대답 한 번 못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노 젓는 척 곁눈질로
슬며시 바라보니
강물에 비친 얼굴,
꽃보다 더 곱구나
저 언덕에 내려주고
돌아서는 뱃길에
마음은 그녀 곁을 따라가고
몸만 배에 남았으나
물 위에 남은 향기에 놀라
노를 놓칠 뻔했다
오늘 하루
헛헛한 마음으로
강을 몇 번 오갔던가
그 나루에 발길 없어
괜스레 서성이며
애꿎은 갈대밭만
뒤척이며 깨운다
지는 해가 강물 위에
분홍치마 펼치니
아까 본 그 고운 선이
다시금 아른거려
놓쳐버린 노 대신
빈 가슴만 하염없이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