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술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by 하얀 나비
뒷뜰 붓끝 모양의 자색 목련



어떤 사람은

비를 보며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사람은

같은 비를 보며 우울해진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먼저

의미를 만든다


눈도 그렇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마음은 잠시 가벼워지지만

그 순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늘

지나가는 것을 붙잡으려 하고

이미 흘러간 뒤에야

그 의미를 알아차린다


이슬비 내린 정원은

잠시 조용해지고

자색 목련은

피어날 듯 멈춘 채

그 시간을 견디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고개를 돌린 사이

꽃들은 조금씩

자리를 바꾸고

나는 그 변화를

항상 나중에야 알아차린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조금 늦게 세상을 이해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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