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과 용서

안식처

by 하얀 나비
딸의 고양이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마음이 분주하던 시절,

나는 매주 한 번 성당으로 향했다.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저녁상까지 물리고 나면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었지만, '세례'라는 숙제를 마치기 위해 헐레벌떡 성당 문을 밀었다.


​하지만 공부가 시작되고 단 몇 분. 신부님의 인자한 얼굴이 안갯속처럼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한다.

허벅지를 꼬집고 눈꺼풀을 치켜떠 봐도 소용없다. 꾸벅꾸벅 졸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깨기를 몇 번,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강의는 끝이 나 있었다.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졸았던 불량 예비 신자.

세례 받던 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자 신부님은 허허 웃으며 말씀하셨다.


"성당이 그만큼 편안해서 그런 것이니 괜찮습니다. 하느님 품 안에서 단잠을 잔 것이니까요."


​꼬집어봐도 소용없던 그 지독한 잠은, 어쩌면 쉼 없이 달려온 내 영혼이 스스로 내린 '강제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편안해서 그런 것이니 괜찮다"던 신부님의 말씀은 그 어떤 성경 구절보다 큰 위로였다.


돌아보니 그 시간은 내 삶의 소란에서 잠시 빠져나와, 오로지 나 자신으로 존재했던 유일한 안식처였다. 졸음마저 축복이었던 그 시절의 성당이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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