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내일은 winner가 되길 꿈꾼다

1불의 행복

by 하얀 나비


우리 강아지 코코 입니다

캐나다는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날 꽃 파는 곳에 갔는데


할아버지가 카트에 꽃이 활짝 핀 화분을 몇 개 올려놓고 계산하려고 우리 앞에 서 계셨다.



우리를 돌아보며 귀여운 푸념을 하셨다.



“와이프가 내 엄마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



주위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캐나다 노인들은 어디에서 만나던지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노인 연금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겨우 팬케익에 계란프라이, 소시지, 와플,

으깬 감자, 토스트, 커피 이런 것으로 만들어진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옷을 잘 차려입고 음식점에 간다.



반면에 젊은 사람들은 세금을 내느라


허리가 휘고 여윳돈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주 소비층이 시니어들이다.




여기도 시니어들이 자주 들리는 가게다.

가게 주인이 나와 동갑 친구인데 일할 사람을 못 구한다고 해서 한동안 내가 도와준 적이 있었다.



가게는 몰 중앙의 가운데 위치해 있었고 주말이거나 잭팟이 클 때는 줄이 길게 서기도 하는 제법 잘되는 복권 가게였다.



매장 앞에는 게임을 앉아서 할 수 있게 의자가 많이 놓여져 있었다.



그 의자의 주인들은 5분마다 당첨 번호가 나오는 숫자 맞추기 게임이나 복권을 사려고 오는 노인들이었다.



복권가게 매니저는 나이가 지긋한 유럽계 여자였다.


15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나하고 둘이 일할 때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저기 기둥뒤에 서있는 키 큰 남자애가 저 할아버지 손자인데 노인 연금이 나오는 날을 용케 알고 와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가 용돈을 받아가.



키가큰 남자애가 기둥뒤에 서있었다.


할아버지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



“아들이 이혼해서 엄마가 없는


손자가 안쓰러워서 챙겨주셔.


젊은데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그 할아버지는 사계절 내내 같은 잠바를 입고 계셨다.


겨울엔 같은 잠바에 두꺼운 티셔츠를 안에 끼워 입으셨다.



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도넛을 사 와서 먹을 만큼 집으라고 하셨다.


매니저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돈 다 쓰면 내일부터 어쩌려고 그래?”


마치 부인처럼 잔소리를 했다.



“저 할아버지는 연금이 나오면 어떤때는 3일 만에 다 쓰고 돈을 빌리기 시작해”


매니저가 나에게 속삭였다.



연금이 나오는 날부터 10일 정도는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상기되고


분위기도 활기가 넘친다.


안보이시던 분들도 합류를 한다.



대부분의 할아버지들은 게임당 1불을 걸고 큰 도박꾼처럼 전광판을 바라보신다.



그곳은 마치 작은 노인학교 같았고

서로를 친구처럼 잘 알았다.


그리고 매니저가 노인학교 선생님 같았다.



그녀는 항상 정감 넘치는 유머로 할아버지들을

웃게 만들었다.


매니저 때문에 오는 손님이 많았다.



어쩌다 10대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헐벗은 채로 지나가면 할아버지들의

머리가 일제히 자동으로 똑같이 돌아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러면 매니저가 그들이 충분히 봤을 때쯤

“꽥” 소리를 지른다.


“Hey, guys!"



노인들이 마음을 들킨 듯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고정 멤버들이 대여섯 명쯤 되고,

할머니가 유일하게 한분 계시다.



할머니는 하얀 머리를 우아하게 세팅을 하시고

숄을 어깨에 두르고 구두를 신으셨다.



하얗고 예쁜 얼굴에 온화함과 도도함이 함께 느껴졌다.



할머니는 거기서 제일 큰 고객이다.


할아버지들처럼 한 번에 1불씩 게임을 하지 않고

20불 정도의 고정 번호로 만든 슬립이 몇 개 있으시다.



그걸로 티켓을 산다음에 앉지도 않고

번호가 출몰하는 전광판을

잠시 지켜보다 할아버지들과 짧은 수다를 떨고

우아하게 사라지신다.


결과는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확인한다.



매니저말로는 할머니가 며칠 전에

큰돈이 됐었다고 했다.

그동안 쓴 돈의 일부를 회수한 거다.


할아버지가 1불로 돈을 조금 따면 우리를 포함한 모두에게 미트볼만한 크기의 귀여운 팀홀튼 도넛을 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할아버지들은 걷는 보조기를 끌기도 하면서 패배의 서운함을 안고 내일을 기약하며 하나둘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내일도 또 웃으며 나타나시길


우린 기대한다.


한동안 안보이시면 몸이 안 좋으시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기 때문이다.



이곳에 나오셔서 서로 얼굴 도장을 찍는 것이 그분들에겐 하루의 최고로 중요한 일정이다.



커피도 한잔 하면서 서로 오늘도 건재함을 확인하고 혹시 모를 행운도 확인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몰에는 음악이 흐르고, 사계절 온도가 일정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곰을 만날 일도 없고, 음식코너도 있고, 작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에


나오신다.


지금은 혼자서도 기계에서 티켓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때는 일일이 매장에서 확인을 해주어야 했다.


손님들이 티켓을 주고 확인을 원했을 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말이다.


“Sorry not a winner “



그러면 사람들은


“That’s my life story”


라고 체념한 듯 말한다.



미안하게도 그 가게에서 그렇게


많은 티켓을 팔지만 큰 잭팟은 15년이 넘어도 별로 없었다.



가게 주인인 친구는 단 한 장도


티켓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Winner”


는 나도 아니고 내 주위에도 없다.



어쩌다 1불이라도 된 티켓을 가져오면



“Better than nothing”


이라고 말하며 위로한다.



나는 할아버지들이 큰돈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새로운 두툼한 잠바도 사고


사랑스러운 손자에게 두둑한 용돈도 주시고

행복해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른 잭팟을 목표로 아주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여기로 출근을 계속하시길 기도한다.


Winner는 돈을 따는 자가 아니고

투자한 1불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져가는 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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