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와 참새

고향집 마당 탱자나무

by 하얀 나비


탱자 빛깔은 오렌지보다

오렌지 색인데

절대 맛을 보면 안 된다.


모양은 귤같이

작고 예쁘지만

속아서 혀를 대보면 안된다.


시고 쓰고 떫다


맛보면 못난이 표정이 되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맛보면

더욱 안된다.


탱자는 고와도

개똥밭에 구르고

유자는 얽어도 큰상에

오른다고 했던가?


고향집 마당에 탱자는

개똥밭에 구르기 전까지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며

꽃처럼 달려있었다.


장미꽃 가시보다

굵고 날카로운 가시가

철갑처럼 둘러싸


탱자를 보호한다.


가지 일부를 자르려면

엉킨 가시를 분리하며 생기는

가시의 매운맛을 몇 번 봐야

떼어낼 수 있다.


탱자나무의 유일한

친구는 참새이다.


가시숲은 참새에게만 허락된

비밀한 품속이고

독수리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피투성이의 요새이다


탱자나무 같은 남자가 있었다면

탱자나무 속에

참새로 살아도 괜찮았을텐데


가시가 두려웠던 참새는

버드나무 같은 사람을 골랐다.


가시가 없으니

찔릴 일은 없었고


연약해서 기댈 수는 없지만

유연해서 휘어질 뿐

부러질 일도 없었다.


버드나무에 둥지를 튼 참새는

독수리가 하늘을 맴돌 때면

숨죽여야 했고


작은 바람에도

버드나무와 함께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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