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인생 산행

by 하얀 나비

오랜만에
등산을 했더니
금방 숨이 턱에 닿았다.

여기까지만 할까?
포기하려다
내려오는 이에게
묻는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아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아 그렇다면 여기까지 왔는데
좀 더 힘을 내야지.

봄을 준비하던 나무들이 양쪽에
줄지어 서서 인사를 보낸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조명처럼 쏟아지고

살짝 드리워진 안개까지 더해져

온산이 신비로운 무대가 된다.

한참을 오르고 지쳐가는데
정상의 근황을 알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정상에 거의 다 온 거죠?”
“그럼요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그래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올라가야지.

나무들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땅과 신발만 보인다.

머리에서 흐른 땀이 목을 타고
셔츠를 적신다.

길은 휘어지고
펴지고를 반복한다.

다리는 이미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계처럼 내딛는다.

울창한 숲은 여기가 어디쯤인지
밖을 보여줄 생각이 없다.

그런데 새로운 길은 자꾸
이어지고 가파르기까지 하다.
이게 정상에 다 왔다는
증거겠지?

내려오는 사람에게 또
묻는다.

“요기 바로 위가 정상인가요?”
“네 오신 만큼만 더 가시면 됩니다.
여기가 반입니다.”

“뭐? 뭐라고요?”



사람들은 왜 웃으면서 거짓말을
했을까?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게
용기를 주려고?
힘이 덜 들게 배려하려고?
산에선 그렇게 답하자고 약속이라도 했나?

우리의 인생사도 이 산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50입니다.”
“아유 애기네”

“나이가 몇 살 이신가?”
“60입니다”
“에이 청춘이네”

“연세가 ~~~~”
“네 70입니다.”
“노인정 심부름꾼 막내구먼”

“춘추가 어찌 되시나?”
“80입니다”
“100세 시대 인생 이제 시작입니다.”

나이도 등산처럼 예쁜 거짓말에
속아주며 끝까지 올라가야 하나?

우린 거짓말 같은데
덕담이 되는
묘한 인생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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