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겨울
밴쿠버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
그 대신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마르지 않는 환경에 있는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작은 바람에도 곧잘 쓰러진다.
작은 바람이 지나간 다음날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 뿌리가 접시처럼 생겼다.
힘들게 깊이 아래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 옆으로만 뻗어도 물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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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필요한 것은 어미가 아닌 엄마였다
태어났다는 자체만으로 무조건
사랑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얻고,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할 때까지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과 믿음도 같이 자라서
그때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날개를 펼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라는 존재
어미만 있고 엄마가 없던 나는
어린 시절 항상 바람 부는 언덕에
혼자 외로이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살기가 힘들어
그런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남들보다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어떤 태풍이나 폭우도 견디고 언덕에 서 있어야 했었다.
하느님이 너무 바빠서 모든 아이를 돌보지 못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느님을 대신할 사람을
세상에 보내셨다고 들었다.
나같이 엄마가 역할을 할 수 없는 아이는
하느님이 직접 손을 내밀어
잡아 주신 게 아닐까?
언제부턴가 그런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 삶이 어두운 밤길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
그 길이 옳은 길이 아닐 때면 어디선가
문을 닫아 나를 막아 세우셨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엄마의 자리가 비어 있던 나에게는
하느님이 더 가까이 돌봐 주셨다고 지금은 믿는다.
그래서 내 삶은 생각보다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견딜 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얀 나비는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거짓말처럼 뒷마당에 나타났다.
새하얀 날개를 흔들며 정원을 날아다녔다.
꽃은커녕 초록 나뭇잎도 아직 안 나왔는데....
남편과 나는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며칠 전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뱃속에 잠자고 있던 모든 기억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 둘 내 목구멍에
상처를 내며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