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일진이 사나운 날

by 윤슬

유난스레 일진이 사나운 날이 있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늘 좋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파도처럼 좋고 나쁨이 번갈아가며 들이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평온한 순간을 깨트려버리는 사나운 기운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 새삼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주는 몸과 마음이 유독 고된 한 주였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말투나 목소리의 크기를 마뜩잖게 여기는 회사 사장의 관심을 빙자한 잔소리에서부터 시작된 월요일부터,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다는 컨디션 난조의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아이 맡길 곳을 물색하다가 결국엔 약을 주고선 학교 마치고 병원에 가자며 의미 없는 파이팅을 불어넣어 아이를 돌봄 교실에 보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아이를 보내야 하나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거기다가 평소에 일기장처럼 사진과 짧은 메모를 기록하는 개인 sns가 저 먼 러시아 땅의 누군가로부터 해킹을 당해 털렸을 땐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서 폭발할 지경이었다. 털리고 나서 누군가는 그 계정을 탈퇴하면 그만이라 하였지만, 500여 개가 넘는 사진과 일기 같은 기록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려운 비번 바꾸기는 당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작 아이디 주인인 나에게조차 기억하기 쉽지 않아 몇 번이고 포스트잇에 비번을 적어 내렸다.

신호를 번번이 놓치거나 구두굽이 빠지거나.. 그런 자잘한 재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어진 불운들에 지친 나는 빨리 한 주가 지나가든지 8월이 끝나 운의 흐름이란 것이 바뀌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니 이미 불행하다 시작된 것에 스스로 사로잡혀 자잘한 타이밍 하나 맞지 않는 것까지 일진이 사납다 여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평상 시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들까지 요새 너무 일진이 사납다는 말로..

나를 못 마땅해하는 사장의 마음이야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막말로 정말 회사가 지옥같이 느껴진다면

이 직장을 때려치우면 그만인 것이고, 아픈 몸으로 방학에도 학교 가는 아이는 왠지 서글프지만 정작 아이는 싱그러운 여름의 초록 나무처럼 씩씩한 하루를 보내고 왔다. 심지어 인스타 해킹당한 엄마를 걱정해주기까지 하였다 ㅎㅎ


마음속의 억울함이 폭발해 엉엉 울어버렸다는 나의 말에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도, 얘기를 듣자마자 저녁에 한잔 하자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고.. 당장이라도 회사로 찾아가서 엎어버릴까?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겠지만)하는 돼도 안 한 소리일지라도 내 기분 맞추어 농담 던져주는 가족도 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인생이라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일진이 사납고 하는 일마다 꼬이는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하루도 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은 터져버릴 것 같은 폭탄 같은 마음이라도 결국엔 흘러간다는 것을... 그리하여 기억도 나지 않는 자잘한 일상이 되어 삶에 녹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직은 더 자라야 하는 어른이라는 생각도..


오늘도 나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일진이 사나운 며칠간 고군분투한 나에게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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