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침

초간단 계란국

by 나요

보통의 아침이 시작된다.


어제 씻어 불려둔 쌀로 밥을 짓고 지난번 마트에서 사 온 멸치 육수 팩으로 냄비 한가득 육수를 끓인다. 몸은 외국에 있어도 식성은 한국인 그대로다. 따뜻한 국이 있어야 더 든든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다. 나름 이른 시간에 이렇게 국까지 챙긴 아침을 심지어 직접 차려 먹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정말이지 상상하지 못했다. 이 집 사람들 모두 이른 아침보다는 늦은 밤에 더 익숙했었고 건강한 한 끼보다는 맛있는 술 몇 잔에 더 열광하던 이들이었다. 사람 일이란 게 정말 알 수 없다. 이 아침 시간에 나와 가족이 먹을 아침을 지으며 보통의 아침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전과 지금의 내가, 문득 둘 다 낯설어진다.


잘 끓어오른 육수를 보관 용기에 옮겨 담고 오늘 아침에 먹을 만큼만 작은 냄비에 덜었다. 계란 두어 개를 그릇에 잘 풀어둔 뒤 육수가 다시 끓어오르면 풀어둔 계란을 붓는다. 케이와 둘이 딱 한 끼 나눠 먹을 정도라 양이 많지 않다. 냄비도 작기 때문에 혹시 끓어 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스토브에 계란국이 넘쳐흐른 것을 치우는 일이라든가 먹을 국을 다시 끓인다든가 하는 수고를 더하고 싶지 않으므로. 이 계란국은 바쁜 보통의 아침에 아주 간편하게 해 먹고 치울 그런 국이다.


육수에 계란을 풀고 액젓이나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맞추면 끝난다. 파를 썰어 냉동실에 넣어둔 게 있을 땐 반갑게 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깨와 참기름을 둘러 금방 계란국 하나가 완성됐다.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을 다 꺼내고 싶지 않은 보통의 날이다. 귀찮지만 아침은 든든히 먹고 싶은 상반되는 마음이 교차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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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밥에 전에 해두었던 볶음고추장을 비벼 후다닥 끓인 계란국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간편하고 따뜻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지, 하시던 엄마의 말이 아침을 먹을 때 마다 늘 맴돈다. 나와 타인이 모두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든든한 아침을 준비한 거 같아 마음이 괜히 뿌듯하다. 그런 뿌듯한 마음과 다르게 아침 식탁 위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이렇게 나눠 먹은 아침 식사로 내가, 나의 가족이, 든든하고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늘의 아침 식사가 든든하고 뜨끈해서, 보통의 겨울날을 잘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초간단 계란국’을 완성하려면 얘네가 필요해요!


계란

육수, 액젓 혹은 소금

있으면 더 좋아요 : 파 송송, 깨 솔솔, 참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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