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장기』로 본 태극(太極)과 자연철학(自然哲學)의 터전
나는 내 브런치 이름을 ‘UI SAM’, 곧 ‘우이샘(牛耳SAM)’이라 지었다.
여기에는 우이동(牛耳洞)의 ‘SUN AND MOON’, 즉 태양(太陽)과 태음(太陰), 해(日)와 달(月), 양(陽)과 음(陰), 그리고 태극(太極)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이는 복희 씨(伏羲氏)께서 정리하셨다는 역(易)의 사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이(牛耳)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 선생의 문집 『이계집(耳溪集)』에서 『유이계기(遊耳溪記)』, 『우이구곡기(牛耳九曲記)』, 그리고 『우이동장기(牛耳洞庄記)』를 읽게 되었다.
비록 사는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 살면서 느끼는 바가 있어 이렇게 기록해 본다.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 선생은 증조부 때부터 우이동(牛耳洞)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그가 남긴 『우이동장기(牛耳洞庄記)』는 우이동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다짐이 담긴 글이다.
이계(耳溪)라는 호도 삼각산(三角山)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우이동장기』를 읽고 나면 삼각산 아래 우이동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순리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느껴진다.
이계는 서울 북부의 삼각산(三角山, 현 북한산 北漢山)을 정신적 중심으로 삼고, 우이동(牛耳洞)을 맹약(盟約)의 터전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우이동장기』에서, 그는 주나라(周)가 멸망하였고, 제후(諸侯)들은 흩어져 더는 ‘집우이(執牛耳)’-맹주(盟主)가 소의 귀를 잡고 서약을 주도하던 중심의식-가 존재하지 않지만,
“동해(東海)에 우뚝 솟은 삼각산(三角山)이 있고
그 아래 우이동(牛耳洞)이 있다”라고 말하며
맹주(盟主)면서 그 맹주가 살 터전이 존재함을 선언하였다.
이계는 동해(東海) 위에 우뚝 솟은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고,
그 아래 우이동(牛耳洞)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한 은거가 아니라,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도의적(道義的) 맹약이자,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선언이다.
삼각산(三角山)은 더 이상 단순한 지형이 아니다.
정치 권위와 도덕 질서가 무너진 시대,
삼각산은 초월적 중심이자,
우이동은 그 정신을 잇는 은자의 거처가 된다.
이계는 우이동을 그저 조용한 마을이 아니라
우주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실천하는 맹주로서,
신념과 도덕의 새로운 맹약을 실행할 터전으로 삼았다.
정치와 명분이 붕괴된 시대,
그는 삼각산의 정신 아래 우이동에서
새로운 질서를 살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은거가 아니라,
적극적인 선언이며
세속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 창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중심을 잃고 부유한다.
이념도, 정치도, 학문도
서로 맹약할 수 있는 기반을 잃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계처럼
눈을 들어 멀리 삼각산을 바라보고,
그 아래 나만의 우이동을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연을 맹주로 삼고,
양심과 도의를 계약서 삼는 삶.
『우이동장기』는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 맹주가 없거든,
복희 씨의 우주자연인 너 스스로 중심이 돼라!
그리고 조용히, 네 삶의 우이동을 세우라.”
우이동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흩어진 시대에 내가 다시 세우는
나만의 중심, 나만의 맹약의 터전이다.
우이동장기의 원문과 번역 및 해설은 다음 티스토리블로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