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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두어야지"

사람을 의지하는 것은

미세먼지로 유난히 들썩이는 대한민국이다.

심심하면 울려대는 미세먼지에 대한 비상경보 메시지에 놀라고, 쏟아지는 기사들로 인해 더욱더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 째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 중이다.


그러다 오늘 하루는 참 감사하게도, 미세먼지 '보통'

마스크를 집어던지니 갑갑한 마음도 조금 사그라든다.


이 마스크에 크게 기대를 걸진 않지만 없는 것보다 분명 나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착용한다.

또 길거리에 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동질감을 느낀다. 안심이 된다.

나만 불안한 게 아니라서.

[전 국민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마스크 사업 대박... ]                                          출처 : 구글 이미지


미세먼지로만 불안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나가고 있는 30대 가장으로 살다 보면 정말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출퇴근하는 직장은 압구정역 부근으로 성형외과 천국이다.

미세먼지 없는 날에도 성형수술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외국인들이 자주 보이고, 얼핏 보면 꼭 영화 분장을 해 놓은 듯한 모습도 목격하게 된다.

저들도 성형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으려나...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좀 특이하다. 우선 대표님이 특이하시고 일이 돌아가는 것도 특이하다.

소규모인데 대표님이 왕왕 뛰어다니며 투자자들을 만나 사업설명을 통해 거액 투자도 덜컥 받아낸다.

평범한 것을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는 (대부분의 직원들과도) 업무 리듬이 잘 맞지는 않는다. (굳이 맞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


그런 분 밑에서 일한 지 어느덧 3년 차다. 입사 전, 아내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보, 딱 3년만 미친 듯해볼게 " (3년 차부턴 연봉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순진하게 믿음이 갔다)


당시 더 높은 연봉과 성장과 배움에 갈망이 있던 나는 대표님과 인터뷰하고 거의 바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래, 이렇게 비전이 뚜렷한 분과 스마트한 사람이라면 많이 배울 것 같다고.

아주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야.


입사 후 겪어보니 실제로도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비즈니스적 사고 그리고 정치, 경제, 연예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간관계를 겸비했다. 어디 그뿐인가.

새로운 사업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매력적 아이템의 사업권을 확보하고, 일반인들은 잘 보기 어려운 고위급들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지치지 않고 열정을 뿜어내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어마어마한 장점들은 '관리'의 관점에서 상당히 희석되어 버렸다.

'지속'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이 항상 미약하다.

그것이 '업무'이든 '사람'이든 '사업'이든...


[네가 아무리 뛰어나도 관리가 안되면 끝인 것 같구나]                                                            출처: 구글 이미지

그것은 나에게 '불안감'으로 되돌아왔다. 이 불안감과 함께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열망도 강해지고 있다.

어떤 정의를 내릴지도 모르지만, 그저 우선은 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엔 부속품이란 느낌을 조금 받는다. 대기업도 아닌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느낌이 드는지 아리송하다

(대기업이라면 억울하지도 않지 ^^)


투자받은 돈은 죄다 회수처리 중이고, 남은 자금도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제 (제대로) 그만둘 때가 되었다. 사람을 의지하고 있는 것 따윈.

씁쓸해지는 마음이 커지는 밤이다


[그만두고 스스로 일어나 보자]                                    출처 : 구글 이미지




이제 그만 두자. 의지하는 것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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