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이 떨어져 불을 피우지 못한 날이
며칠이 지났다.
희정이 엄마도 끝방 아이들을 잊은 듯
더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우린 호랑이 그림이 새겨진 빨간색 담요에
의지한 채 하루 종일 방안에 박혀 있었다.
창문틈으로 들이친 찬바람에
구석에 밀어둔 요강에 오줌이 꽝꽝 얼었지만
그걸 어떻게 치워야 하는지,
아니, 왜 치워야 하는지 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엄마가 언제 들어올는지만
궁금했다.
춥고 배도 고팠지만
쯧쯧 혀를 차며 엄마를 욕하는
이웃이 안 온다는 게 오히려 더
편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방 안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불이 꺼진 방에서 담요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누워 있으면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 하나에도
문이 열릴까 봐 눈을 뜨곤 했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 소리였지만,
가끔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면
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가
아무 일 없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
희정이는 옆방에서 가끔 기침을 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면
저 집도 오늘 연탄이 떨어진 걸까,
아니면 우리 집만 그런 걸까
엉뚱한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두 손을 비비며 “아이고 춥다” 하고
환하게 웃을 것 같은 모습.
그 상상이 계속 나를 버티게 했다.
밤새 언니와 동생과 입김이 솔솔 나는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백만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짜 친엄마라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어떨지,
부평지하상가에 가면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게 뭔지,
재미난 상상을 하며 낄낄 웃다가도
찬 발이 언니의 다리에 닿는다거나
담요를 누가 더 당기느니 하는 작은 일 하나에도
서로 신경이 곤두서 싸우다
꼭 마지막은 울음으로 끝을 맺곤 했다.
기다림은 언제나 아이들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늘 싸우고 울었지만
그런 밤들이 모여 세 자매를 기어이
하나로 붙잡아 주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날들의 우리는
서로의 온기였다.